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 한달간 외국 종목 중 가장 많이 사들인 서클 인터넷 그룹(서클)을 두고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지면 기업가치가 훨씬 커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미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경고’ 의견도 나오는 분위기다.
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클은 이 기업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지난달 5일 이후 전날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외국 증시 종목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서학개미들은 서클을 6억7256만8353달러(약 91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순매수 2위로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스’ 순매수 규모를 약 830억원가량 웃돌고, 순매수 3위 팰런티어테크놀로지 순매수세의 네 배가 넘는 규모다. 전날 기준 서클의 시가총액(57조원) 중 1.6%을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서클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2위인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1위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인 테더는 비상장 기업인 영향에 투자 수요가 서클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지난 5일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지난달 23일까지 주가가 급등했다. 공모가가 31달러였지만 지난달 23일 장중엔 298.88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국 상원이 스테이블코인 기업에 규제를 적용해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법안 ‘지니어스법’을 통과시키자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을 탄 영향이다.
하지만 이후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등 영향으로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다 최근엔 180달러선까지 내려왔다. 전날엔 6.07% 오른 188.7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기준 서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651배에 달한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의 TTM EPS(최근 12개월간 회사의 순이익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값)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한 값이다.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약 22배)를 훌쩍 웃돈다.
서클의 주가 향배를 두고는 월가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달 말부터 서클에 대해 투자 의견을 제시한 10개 투자은행(IB)의 목표주가는 최고 250달러에서 최저 80달러까지 제각각이다. 10개 증권사 중 12개월 목표가를 제시한 9개사의 평균 목표가는 188.88달러로 전날 종가와 거의 비슷하다.
목표주가 250달러를 제시한 니덤은 “스테이블코인은 빠르게 성장해 금융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강력매수’ 의견을 냈다. 서클이 테슬라나 주요 인공지능(AI) 기업만큼의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을만 하다는 게 존 토다로 니덤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캐나다계 증권사 캐너코드 제뉴이티도 목표주가 247달러로 ‘강력매수’를 제시했다.
반면 도이체방크는 목표가를 155달러로 제시하며 ‘보류’ 의견을 냈다. 도이치방크의 브라이언 베델 애널리스트는 “스테이블코인엔 장기적으로 기회가 있지만, 적어도 중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익 전망에 따라 주가가 상당한 변동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진입하느니 더 나은 시점을 따지는 게 낫다”고 봤다.
오펜하이머의 오웬 라우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은 채 “서클 투자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깔끔한’ 방법”이라면서도 “상장 후 4주만에 주가가 급등한 만큼 더 나은 진입점을 기다리는 게 낫다”고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동향 등에 따라 매수 기회가 올 것이란 조언이다.
‘경고 깃발’을 든 IB들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서클의 적정 주가가 83달러라며 ‘보류’ 의견을 냈다. 기존 대비 56%까지 주가가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제임스 야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서클은 향후 5~8개 분기 조정 순이익의 약 60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며 “상당폭 주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장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JP모건은 80달러가 적정 주가라고 분석하며 ‘매도’를 추천했다. 케네스 워딩턴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서클이 초기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맞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지나치게 상승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