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글로벌 PEF CLSA, 'K뷰티 대모' 정샘물에 베팅

입력 2025-07-04 09:31
수정 2025-07-04 17:23
이 기사는 07월 04일 09: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CLSA캐피털파트너스(CLSA)가 화장품 브랜드 ‘정샘물뷰티’에 500억원을 투자한다. 블랙스톤이 국내 대표 미용실 브랜드 ‘준오헤어’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K뷰티의 원형을 만들어 온 두 창업자 브랜드가 연이어 글로벌 PEF의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LSA는 정샘물뷰티의 투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정샘물뷰티는 지난해 매출 1100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기록했다. 매장은 200여 개국에 1300여개 이상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번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 3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EBITDA 대비 15배의 몸값을 인정 받은 셈이다.

투자자로 나선 CLSA캐피털파트너스는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IB CLSA의 사모펀드(PE) 부문으로, 중국 국유 금융그룹 시틱(CITIC) 산하에 있다. 이들이 운용중인 펀드 운용규모(AUM)는 50억 달러(6조원) 수준이다. 다만, CLSA는 이번 딜에서 블라인드 펀드를 쓰지 않고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어 국내 출자자(LP)들로부터 일부 자금을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한국 투자 시장에 저변을 넓히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CLSA는 2014년에도 국민연금과 3000억원 규모의 공동투자펀드를 조성해 넥센타이어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지원한 바 있다.

정샘물뷰티는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회사의 해외 진출을 도울 투자자를 찾았다. CLSA의 투자 성격이 이와 잘 맞았다는 평가다. CLSA는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장기 투자에 주력하는 하우스다. 앞서 정샘물 뷰티에 2021년 투자한 곳도 패밀리오피스 성격이 강한 호주 PEF 다이아몬드헤드캐피탈(지분 27.51% 보유)이다. 두 곳 모두 중장기·비상장 기업 투자를 주로 하는 이른바 '조용한 투자'를 선호한다. 투자 자문은 딜로이트안진이 주관했다. 딜로이트안진은 화장품 브랜드 힌스·듀이트리 매각을 비롯해 화장품 유통사 실리콘투와 브랜드 딘토의 투자 유치 자문을 맡으며 뷰티 자문에 두각을 보여왔다.

정샘물뷰티의 창업자 정샘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1세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꼽힌다. 순수미술을 전공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커리어를 전환한 그는 K뷰티의 상징인 ‘투명 메이크업’을 유행시킨 주역이다. 연예기획사 대표였던 유민상 현 정샘물뷰티 대표와 인연을 맺은 뒤, 소속 연예인들의 메이크업을 맡으며 업계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부부가 된 두 사람은 1997년 서울 청담동에 연예인 전문 메이크업숍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을 공동 설립했다. 김태희, 송혜교, 전지현, 이효리, 탕웨이 등 역대 톱스타들이 그의 손길을 거쳤다.

현장에서 활동하며 얻은 노하우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5년 정샘물뷰티를 창업했다. 메이크업 전문가가 제품 개발과 브랜드 운영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대표 제품인 ‘에센셜 스킨 누더 쿠션’은 ‘20초에 하나씩 팔리는 쿠션’으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정샘물뷰티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토대로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새로운 제품 라인도 선보일 계획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