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인선 원칙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차이는 불편한 것이기도 하지만 시너지의 원천”이라며 앞으로도 보수 진영 인사를 포함한 다양한 인재를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야당과의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약속도 했다. ◇‘인사 탕평책’ 강조한 李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제 야당 대표 또는 여당 대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통합의 국정’을 해야 한다”며 “(인사와 관련해) 마음에 드는, 색깔이 같은 쪽만 쭉 쓰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콘크리트를 예로 들기도 했다. 시멘트와 자갈, 모래, 물 등을 섞어야 콘크리트가 되는데 시멘트만 모아두면 시멘트 덩어리만 된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한쪽 편에 맞는 사람만 선택해서 쓰면 좀 더 편하겠지만 우리를 지지한 쪽만 다 골라내면 남는 게 없다” “한쪽만 쓰면 결국 끝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등의 발언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 및 대통령실 참모 인선을 하면서 중도·보수 성향의 인사와 기업인 등을 잇따라 기용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을 두고 여권 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선 “새 정부의 새로운 농정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농업의 중요성이 각별한 만큼 농업과 농민의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공직자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고, 또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기본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다 같이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 정부 공직자라도 능력이 있다면 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직업공무원들을 영혼이 없는 해바라기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그렇게 비난하면 안 된다”며 “직업공무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 국민의 주권 의지를 대행하는 지휘관에 따라서 움직이는 게 법률상 의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공직사회는 로보트 태권V와 비슷해서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면서도 “결국은 조정 칸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고 말했다.
공직 기강을 다잡는 발언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1시간, 국가공무원의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못 만날 이유 없다”야권과의 소통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야당 국회의원들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리인”이라며 “못 만날 이유도 없고, 끊임없이 자주 만나 뵐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취임 후 줄곧 여야 간 협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도 이 대통령은 ‘여야 통합’을 상징하는 푸른 바탕에 붉은 줄무늬 넥타이를 맸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영수 회담 정례화를 구상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고민해 보겠다”면서도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18일 만에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 관저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60%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것과 관련해선 “그렇게 높은 숫자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대야소 상태에서 국정을 운영하게 된 것을 두고는 “이게 국민의 선택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정부·여당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정치권 일각의 우려를 반영해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기 위한 특별감찰관 임명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후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천하람 개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비교섭단체 5당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인사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과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사면복권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오찬에 배석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전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은/정상원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