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이 성장 궤도로 복귀하는 데 첨단기술 분야의 서비스산업 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은 서비스산업 생산성이 오히려 악화하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3일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평가 및 정책적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양적으로는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4%를 서비스산업이 차지하고 있고, 취업자 비중도 65%에 달한다. 하지만 질적 수준은 20년째 제자리다.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은 2005년 제조업 대비 40%대로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39.4%로 더 떨어졌다. 미국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한국의 서비스산업 생산성은 2021년 기준 51.1%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9.9%)은 물론 한국과 비슷한 제조업 중심 국가인 독일(59.2%)과 일본(5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서비스산업 생산성 격차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은 서비스산업 혁신이 성장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 부문(농업, 정부 부문 제외) 노동생산성은 팬데믹 이후 연평균 2.0% 상승했는데, 미국 중앙은행(Fed)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이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 영향이었다. Fed는 컴퓨터시스템 설계, 소프트웨어 퍼블리싱, 데이터 처리 및 호스팅, 과학 연구개발 등 고기술 서비스업에서 신규 기업의 진입이 뚜렷한 점을 생산성 향상의 비결로 꼽았다.
반면 한국은 서비스산업 생산성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한은은 금융·보험·정보통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수요 확대, 디지털 전환 등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개선됐다가 2022년 이후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서비스산업 생산성 저하는 최근 저성장 기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2014~2019년 1.7%포인트에서 2020~2024년 1.1%포인트로 크게 낮아졌다.
정선영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글로벌 빅테크인 애플과 엔비디아 등을 보면 서비스산업과 제조업이 융합해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조·서비스업 융합 트렌드를 고려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을 제정해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