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용 회장 "미래 위한 기부, 한국판 케네디스쿨로 결실 맺습니다"

입력 2025-07-03 17:27
수정 2025-07-03 23:44
선거 때 한 명이 아니라 선호 순위를 매겨 여러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어떨까.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선거 조작·부정선거 논란을 완벽하게 없앨 수 있지 않을까. 방만하다고 지적받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다른 사회안전망에 투자할 수는 없나….

성균관대 서울캠퍼스에 자리잡은 미래정책연구원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 달가량 지나면서 여러 난제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국회·정당 개혁부터 사법제도, 개헌 등이 주제다. 정치권이 계엄과 탄핵을 건너 대선에 골몰하느라 차분하게 되짚지 못한 이슈들이다.

이규용 나자인 회장은 2년6개월 전인 2023년 1월,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관련 인재를 양성해달라”며 모교인 성균관대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몇 년에 걸친 분할 납부가 아니라 한번에 전액 입금한 ‘통 큰 쾌척’이었다. 그는 이 대학 법학과(72학번) 졸업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정치제도와 국가 재정정책 딱 두 가지에 집중한 연구소를 설립하고 싶었다”며 “법치와 국가 제도에 대한 근본적 진단과 해결책을 찾고 싶다. 블록체인 등 진보된 기술을 잘 응용해 비용이 적게 드는 정치제도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977년 대우실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사업에 뛰어들어 피혁 제품 수출회사인 금흥양행을 세웠다. 이후 회사명을 나자인으로 바꾸고 2010년 이탈리아 부라니그룹으로부터 만다리나덕 상표권의 국내 독점 수입권을 확보했다. 사업가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법학을 전공했기에 제도 개혁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오랫동안 사업을 하다 보니 국내 공적 기관들의 방만함을 체감했다”며 “기득권 때문에 사회 개혁이 쉽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500억원 넘게 KAIST에 기부한 고(故) 정문술 미래산업 회장이 이 회장의 롤모델이 됐다.

그가 남긴 100억원은 어떻게 쓰였을까. 연구원은 정치학·정책학을 전공한 박사급 연구원 3명으로 진용을 꾸렸다. 석사 과정인 미래정책대학원을 함께 설립해 대학원 과정도 개설했다. 현재 12명이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거금을 유치한 만큼 파격적인 지원을 해 준다. 대학원생 학비는 전액 무료다. 석사 학위를 받으면 해외 박사과정도 전액 지원해 준다. 로스쿨로 쏠리는 인재들의 발길을 돌리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일본 마쓰시타정경숙이 경쟁 상대다.

이 회장은 기부에 그치지 않고 이 연구원에서 주최하는 크고 작은 세미나에 자주 나와 참관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가는 책임을 안 지려 하고, 공조직은 집단이기주의와 방만함이 정점을 찍고 있다”며 “87년 체제(직선제 민주화) 이후 정치 제도의 부작용이 적지 않게 나타났는데 구체적 대안이 제대로 마련된 게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연구원은 오는 8일 성균관대에서 2년여간의 연구 성과를 결산하고 중간평가를 받는 토론회인 ‘라운드 테이블’을 연다. 국회·정당 및 헌법재판소·대법원의 개혁, 대통령제 개헌 등을 주제로 분야별 학자와 전문가들이 발표하고 청중과 토론도 한다. 그는 “방만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공적 제도를 하나씩 짚어내며 연구원이 역할을 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