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 이 흐름의 중심에 선 팀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무대로 매번 새로운 ‘몰입형 팝업 다이닝’을 선보이는 크리에이티브 컬리너리 그룹 ‘위아오나(We Are Ona)’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전 세계 아트페어와 럭셔리 브랜드 등과 협업해 식사를 하나의 경험이자 장면으로 연출한다.
올해 위아오나는 패션쇼 연출과 공간 디자인의 거장 알렉상드르 드베타크(57)와의 3부작 협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파리, 홍콩을 거쳐 지난 5월 미국 뉴욕에서 막을 내렸다. 파리의 리노베이션 현장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을, 홍콩의 랜드마크 빌딩에서는 동서양 문화와 현대성이 만나는 지점을 담았다. 뉴욕에서는 오피스 공간을 재해석해 30m에 달하는 사무실 조명으로 월가만의 분위기를 새롭게 연출했다. 루카 프론자토 위아오나 설립자(33)와 아트 디렉터 드베타크를 3부작 협업이 끝난 뒤 만나 각각 이야기를 나눴다.
"뉴욕·파리·홍콩, 다른 재료·감성…초현대적인 韓과 협업하고 싶다"
아트 디렉터 - 알렉상드르 드베타크▷파리에서 위아오나와 함께한 첫 팝업을 방문했을 때, 귀족 저택 같은 공간에 공사 현장을 연상케 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연출의 계기와 의도가 궁금하다.
“무언가 창조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즐긴다. 위아오나와의 협업도 창작의 연장선이었다. 당시 파리의 공간을 처음 봤을 때 리노베이션이 한창이었는데, 보자마자 ‘공사를 멈춰달라’고 했다. 새로 덧칠하기보다는 그 아래 숨겨진 시간과 역사를 드러내고 싶었다. 공간의 본질을 복원하고, 그 위에 내가 원하는 감정을 입히는 작업이었다. 반전을 주고 싶었다. 아주 고전적이고 우아한 19세기 건물 안에 의도적으로 거친 날것의 분위기를 더했다. 파리 한가운데, 튀일리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클래식한 공간에 ‘귀족적인 세팅’이 아니라 ‘공사 현장’ 같은 감정을 담도록 했다.”
▷다이닝을 통한 창작을 이어갈 생각인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다이닝 경험은 하나의 예술 플랫폼이다. 팝업을 위해 만든 요소들이 그 자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 다른 프로젝트에서 또 다른 형태로 쓰이고, 새롭게 태어난다. 예전엔 15분짜리 짧은 순간에만 존재하는 쇼를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한번 만든 오브제가 계속 다른 설치나 조각으로 진화하는 걸 실험한다. 홍콩 에디션에서는 33m 길이의 조명 조각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이건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었다. 창작할 수 있다면 장르를 닫아두고 싶지 않다.”
▷당신 작업은 늘 감정적으로 오래 남는다.
“모든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위아오나의 첫 번째 디너에서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 수천 개의 촛불만으로 조명을 설계했다. 사실 이벤트나 디너는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위압적인 공간에서는 오히려 사람들이 오만하게 굴게 되니까. 그런 분위기 대신 완전히 다른 감정을 만들고 싶었다. 다양한 감정이 뒤섞일 때 사람은 그 안에서 더 살아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일본과 한국을 자주 방문했다. 한국 음식 문화와 관련해 협업할 기회가 생긴다면.
“새로운 문화와 협업하는 걸 즐기고, 아시아에 대한 애정이 특히 깊다. 일본과 한국은 모두 감각적으로 강하게 다가오는 나라다. 특히 한국에는 굉장히 흥미로운 결합이 있다. 섬세한 감각과 현대성이 공존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유럽보다 초현대적이면서도 초감각적인 곳이라고 느낀다. 협업할 기회가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 알렉상드르 드베타크
패션쇼와 공간 연출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트 디렉터다. 1990년대부터 디올, 생로랑, 펜디, 자크뮈스 등 럭셔리 하우스의 쇼와 전시, 공간 기획을 맡아왔다. 패션과 디자인, 자연과 기술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무대 연출로 ‘패션쇼의 건축가’라 불린다. 최근에는 미식, 건축, 예술 전반에 걸쳐 창작자로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00명이 둘러앉아 먹고 대화…미식은 체감하는 순간에 완성"
위아오나 설립자 - 루카 프론자토
▷위아오나의 경험은 럭셔리의 가치와 어떻게 맞닿아 있나.
“위아오나는 전 세계에서 미식의 순간을 창조하는 팀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접객과 새로운 장면의 연출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작은 디테일도 완벽에 가깝게 완성하는 데 집중한다. 지금 이 시대의 럭셔리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추억으로 남는 특별한 체험을 소비하게 하는 것이다. 위아오나의 철학은 바로 그런 장면을 만드는 데 있다. 우리에게 그것은 팝업 레스토랑이 될 수도 있고, 럭셔리 브랜드를 위한 미식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순간을 기획하는 주체로서, 럭셔리 세계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위아오나의 팝업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과는 결이 다른 경험으로 다가왔다.
“파인다이닝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분명 연결점이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를 포함해 다수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쌓은 경험 덕분에 럭셔리 하우스와도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었다. 특별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며, 독창적이고 유일무이한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 조금 다른 지점인 것 같다.”
▷일본 교토에서 열린 노마 팝업 레스토랑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한 경험이 있다. 위아오나의 포맷은 거기서 영감을 얻었나.”
“맞다. 언제나 현실 속에서 누리는 ‘순간’을 창조하고자 한다. 물론 인스타그램도 중요하지만, 100명이 넘는 사람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그 장면을 함께 나누고 대화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 그 인간적인 교감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영감이다. 미식이라는 무대는 셰프, 디자이너, 브랜드, 크리에이터가 깊은 대화를 나누며 만들어지는데, 그 에너지는 손님이 직접 체감하는 순간 완성된다.”
▷장소와 콘셉트가 매번 바뀌는데, 팀과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음식,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열린 대화를 한다. 서로 다른 시각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오가며 영감을 얻는다. 조직적 안정성과 감정적 유대의 균형이 중요하다.”
▷위아오나의 다음 목적지로 한국을 고려하고 있는지.
“한국에서 꼭 팝업을 열고 싶다. 한국 음식 문화를 정말 좋아하고, 특히 레스토랑 ‘밍글스’의 팬이다.”
파리=김인애 럭셔리&컬처 칼럼니스트
▶ 루카 프론자토
소믈리에 출신으로 미식 경험을 기획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노마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9년 위아오나를 설립했다. 전통적인 레스토랑 포맷에서 벗어나 이동성과 협업을 중심에 둔 운영 방식으로 다이닝을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재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