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시간 반을 달려 방문한 경기 양평군 지평면 '지평양조장'. 선비의 고택(故宅)과 같은 모습을 간직한 양조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온을 위해 벽마다 채운 쌀겨 냄새가 방문객을 반겼다. 양조장 가운데 위치한 우물 옆 '보쌈실'에선 살아 있는 누룩 내음새가 자욱했다. 수십 년간 '밑술'을 품어 막걸리로 탄생시켜온 온 항아리는 술 익는 모습과 소리를 그대로 품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지평양조장이 복합문화시설로 재단장한 모습이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막걸리 외길 100년을 역사를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문화시설을 만들었다”며 "체험형 공간을 통해 막걸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해외 수출도 올해 본격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지평주조는 지난 2일 지평양조장에서 창립 100주년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사업 계획을 밝혔다. 지평주조는 1925년 설립된 국내 최장수 막걸리 제조기업이다. 주류 회사 전체로 보면 하이트진로(1924년) 다음으로 오래된 회사다.
지평주조는 지난 5월 회사 모태인 지평양조장을 체험형 시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1920년대에 설립된 지평양조장은 조선식 목구조 위에 일식 목조가 결합된 독특한 형태로 지어졌다. 흙벽돌 외벽, 왕겨를 채운 단열 방식, 천장 환기창 등 술을 빚는 데 최적화된 구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관람형 양조장으로 재단장하며 방문객들은 보쌈실, 종국실, 발효실, 양조실 등에서 과거 수제로 막걸리가 만들어진 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지평주조는 막걸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이러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작년 11월 관광객들이 지평 천안공장의 생산시설을 방문·견학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시범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회사는 향후 천안공장에 체험형 문화시설을 짓고 막걸리 전통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유럽의 전통있는 양조장들도 방문객들의 체험·경험을 강조하고 있다"며 "막걸리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해외 수출도 늘려갈 계획이다. 지평주조는 작년부터 미국·호주·대만 등 10여 개국에 막걸리를 수출 중이다. 최근에는 공식 온라인몰도 새롭게 열어 유통 채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는 수출국을 더 늘려 총 20개국 이상 국가로 막걸리를 수출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수출 확대에 힘입어 올해 매출은 5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평주조의 연매출은 2020년 308억원에서 작년 456억원으로 4년사이 48% 이상 늘었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지역 양조장에서 시작한 지평주조가 국내외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술을 둘러싼 경험을 통해 브랜드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