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하우스콘서트의 계절, 스트라빈스키를 듣는 시간

입력 2025-07-03 10:05
수정 2025-07-03 10:06

하우스 콘서트는 피아노 타건의 진동과 바이올린 선율의 공명을 일상 속 가장 친숙한 공간인 ‘집’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연이다. 음악이 흐르면 거실 마룻바닥은 ‘쿵쿵쿵’ 리듬에 맞춰 함께 춤을 춘다.

매년 7월은 하우스 콘서트의 계절이다. 공연기획사 더하우스콘서트가 마련하는 ‘줄라이 페스티벌’은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을 최대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축제다. 7월 내내 한 작곡가의 생애와 음악 세계를 조명하고 파고든다. 2020년에 처음 개최한 줄라이 페스티벌은 7월 1일부터 31일까지 매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다.

2002년 거실에서 작은 음악회로 시작된 하우스 콘서트는 친밀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 감동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귀로만 듣던 음악을 근거리에서 함께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독특한 공연의 형태로 자리매김했다. 개성 있고 뚝심 있는 더하우스콘서트가 만드는 7월의 축제는 음악을 제대로 듣고 이해하고 몰두하는 시간이다. 지금까지 베토벤(2020), 브람스(2021), 버르토크(2022), 슈베르트(2023), 슈만(2024)의 세계를 파고들었다. 2020년 ‘베토벤의 해’에는 32명의 피아니스트가 13시간에 걸쳐 32곡을 릴레이로 연주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슈베르트의 피날레는 11시간, 브람스의 피날레는 5시간 동안 릴레이로 이어졌다.

올해의 작곡가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스트라빈스키와 20세기 러시아 작곡가’의 세계가 한 달간 매일 펼쳐진다. 스트라빈스키는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음악가로 꼽힌다. 전통을 깨고 새로운 소리와 형식을 탐구한 작곡가로, 음악사뿐 아니라 예술사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초기 민족주의, 원시주의 작품부터 신고전주의, 재즈, 12음 기법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실험으로 획기적인 음악을 발표해온 스트라빈스키의 다채로운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참여하는 연주자만 237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피아니스트 박재홍·박종해·김희재·소냐 바흐, 일리야 라시코프스키·최형록·김준형,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백주영·김응수·이지혜·김동현, 첼리스트 이정란·심준호 등 한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피아노곡, 실내악곡, 성악곡 등 각기 다양한 작품으로 스트라빈스키를 만날 수 있다. 같은 곡을 솔로 피아노 연주, 피아노 4핸즈,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피아니스트 김희재는 13일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솔로 버전을 연주한다. 같은 곡을 27일 윤모영, 박재홍 피아니스트의 4핸즈 버전으로도 들려준다. ‘이탈리아 모음곡’은 바이올린 버전(김응수, 일리야 라시코프스키)과 첼로 버전(윤설, 박영성)으로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김재원이 해석한 ‘탱고’(6일)를 비롯해 ‘4개의 에튀드’(22일, 박해림), ‘피아노 소나타’(8일, 고준성) 등도 스트라빈스키의 탐구 중 일부다. 7일 렉처는 피아니스트 임수연이 직접 작곡가의 생애와 음악에 대해 설명한다.


그 외 러시아 작곡가를 탐구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매주 수요일은 쇼스타코비치, 목요일은 프로코피예프의 세계에 집중한다. 메트네르, 슈니트케, 글리에르, 바인베르크 등 20세기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도 함께 다룬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첫날과 피날레. 1일 개막 공연에선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를 오리지널 버전으로 들을 수 있다. 이 곡은 샤를 페르디낭 라뮈의 대본에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음악극이다. ‘춤추는 지휘자’로 알려진 백윤학과 퍼커셔니스트 이원석, 신인 배우 권형준, 연출가 조은비 등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31일 피날레는 또 다른 버전의 ‘봄의 제전’. 지휘자 진솔과 아르티제 캄머오케스터, 피아니스트 장준호가 함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특히 올해 축제는 서울 대학로를 넘어 전국으로 확대된다. 함안문화예술회관(경남 함안), 영도문화예술회관(부산), 스페이스움(부산), 아트브릿지(대전), 청주하우스 콘서트(충북 청주), 모투스 아트홀(충남 서산) 등 전국 10개 공간에서 축제가 펼쳐진다.

강선애 더하우스콘서트 대표는 “줄라이 페스티벌의 특징은 하나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는 방식”이라며 “이 방식은 줄라이 페스티벌을 단순한 공연 시리즈가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따라 음악적 사유를 확장해가는 여정으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우스 콘서트는 2002년 작곡가 박창수의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됐다. 2008년부터는 다양한 공간으로 무대를 옮기며 하우스 콘서트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왔고, 현재는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매주 월요일 정기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조민선 기자/sw75j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