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유럽 전역에서 클래식 음악 축제가 펼쳐진다.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영국의 BBC 프롬스까지. 클래식 축제가 만들어내는 활기로 유럽의 여름은 완성된다.
한여름의 스위스, 알프스의 풍경, 그리고 클래식 음악. 그 자체로 환상적인 조합이다. 스위스 베르비에에서 열리는 ‘2025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올해로 32회를 맞는다. 7월 16일부터 8월 3일까지 베르비에 곳곳에서 75회 이상의 공연과 함께 100번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린다. 세계적인 음악 축제답게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임윤찬·메켈레 콤비 무대 오르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올해 특히 주목을 끄는 조합은 듀오 공연. 임윤찬과 그의 스승 손민수는 25일 페스티벌 무대에 함께 오른다. 두 사람은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슈트라우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듀오도 자신들의 50년 역사를 기념하는 리사이틀을 28일 올린다.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예브게니 키신 등의 무대도 펼쳐진다.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 탄생 150주년 특별 프로그램도 17일 릴레이 공연 형태로 열린다.
오는 20일에 세계 클래식계 두 스타, 클라우스 메켈레와 임윤찬의 무대도 단연 화제다. 프로그램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라피협) 4번과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임윤찬의 신선한 해석이 담긴 라피협 4번과 메켈레가 이끄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불새’ 오리지널 버전이 연주된다. 이날 공연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임윤찬의 22일 리사이틀 티켓도 동이 났다. 그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
예브게니 키신도 어김없이 베르비에를 찾아 그의 방대한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올해는 바흐, 쇼팽, 그리고 쇼스타코비치다.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 피아니스트는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한다.
메켈레는 종횡무진 날아다닌다. 지휘자로서 임윤찬, 다닐 트리포노프 등과 호흡을 맞추는 동시에 실내악 주자로도 무대에 선다. 클래식뿐 아니라 재즈와 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도 열린다. 한국의 재즈 가수 나윤선은 19일에 공연한다.
7월 29일부터 8월 30일까지 열리는 잘츠부르크 축제도 클래식 팬들에겐 필수 코스로 꼽힌다. 오페라 무대는 물론 오케스트라, 실내악, 리사이틀까지 열린다. 빈 필하모닉은 8월,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 아래 슈베르트와 브루크너의 곡들을 연주한다. 리사이틀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29일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바흐로 시작해, 30일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바흐로 막을 내린다. 7월 20일 다닐 트리포노프, 8월 4일 예브게니 키신, 8월 27일 이고르 레비트 등이 잘츠부르크 무대를 빛낸다.
세계 최고 클래식 음악가 총집결하는 BBC 프롬스
올해 7월 18일부터 9월 13일까지 8주간 매일 클래식 축제가 펼쳐지는 BBC 프롬스에도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악가들이 총집결한다. 국내 아티스트로는 임윤찬과 양인모가 초청됐다. 임윤찬은 지난해 베토벤 ‘황제’로 데뷔한 데 이어 올해 프롬스에 2년 연속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작년 프롬스의 또 다른 스타인 지휘자 야마다 가즈키와 함께 라피협 4번을 연주한다. 이 곡은 임윤찬이 지휘자 메켈레와 유럽, 아시아, 국내 무대를 돌며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선보여 화제가 된 작품으로, 메켈레 버전과 비교해 어떤 다른 색채로 펼쳐질지 관심이 쏠린다.
BBC 프롬스 프로그램 공식 소개 책자에는 이 공연이 하이라이트로 소개되었으며, 임윤찬의 인터뷰도 실렸다. 그는 라피협 4번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 곡은 저에게 매우 다양한 감정과 장면을 불러일으켜요. 고향에 대한 향수, 연애편지를 받는 기분, 혹은 카드 게임을 하며 노는 장면 같은 것들요. 관객분들도 이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롬스는 올해도 혁신과 다양성의 가치를 지향한다. 총 86회 공연에서 15명의 여성 지휘자가 참여하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숫자다. 특히 프롬스의 하이라이트인 ‘라스트 나이트’를 여성 지휘자와 여성 솔리스트가 맡는다. 엘림 찬이 지휘를, 트럼펫 연주자 앨리슨 볼섬과 소프라노 루이즈 올더가 함께한다. 프롬스의 상징적인 마지막 밤을 여성 음악가들이 이끄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는 ‘밤샘 프롬’도 부활한다. 8월 8일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8시간 펼쳐지는 밤샘 음악회로, 1983년 이후 처음 시도하는 무대다. 프롬스가 열리는 로열 앨버트 홀은 “담요와 베개는 반입 금지”라고 사전 공지했다.
세계적 명문 악단 RCO(로열콘세르트헤바우), 빈 필하모닉,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한다. 메켈레는 프롬스 무대에도 등장한다. 그가 이끄는 RCO는 8월 23일 말러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다음 날은 바이올리니스트 자닌 얀선과 메켈레의 RCO가 협연하는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 연주된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 안드리스 넬손스, 안토니오 파파노,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브루스 리우,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조슈아 벨, 자닌 얀선,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등이 참여한다. 사이먼 래틀은 9월 5일, 유럽 최초의 흑인·소수인종 중심 오케스트라인 치네케!(Chineke!) 오케스트라와 함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을 연주한다.
빈 필하모닉은 9월 8일 브루크너 교향곡 9번, 9일에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등을 연주한다.
조민선 기자/sw75j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