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휘한 이광환 한국야구위원회(KBO) 원로자문이 2일 별세했다. 지병인 폐 질환을 치유하고자 제주에서 지내던 이 전 감독은 최근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 치료 중 2일 오후 3시13분쯤 세상을 떠났다. 향년 77세.
중앙고와 고려대 출신인 이 전 감독은 한일은행과 육군 경리단에서 선수로 뛰었고 1977년 모교인 중앙고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2년 프로 출범과 함께 OB 베어스 타격 코치를 맡은 이 전 감독은 1989년 OB, 1992년 LG 사령탑에 올랐다. 특히 1994년에는 LG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끌고 LG ‘신바람 야구’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언스, 미국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연수하며 지도자로 선진 야구를 접한 고인은 한국으로 돌아와 강압이 아닌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연구하고 훈련으로 메워 성장하는 ‘자율 야구’를 도입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아울러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투수 분업화 체계인 ‘스타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선진적인 팀 운영으로 척박한 KBO리그 문화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한화 이글스, 우리 히어로즈 등 프로팀을 지휘하며 KBO리그 통산 608승을 거뒀고 2010년부터 10년간 순수 생활 체육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 야구부 선수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KBO 육성위원장을 지낼 땐 국내 야구 저변 확대에 노력을 기울였고 2010년부터 2015년까지 KBO 베이스볼 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지도자 양성에도 기여했다.
이 전 감독은 1995년 제주도 서귀포시에 사재를 털어 야구 박물관을 건립했고 야구 관련 소장품 3천여 점을 모두 기증하는 등 야구인으로서 일생을 헌신했다. 올해 3월 KBO리그 LG의 개막전에서 시구를 한 것이 공식 석상에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으로 남았다.
이 전 감독의 별세 소식에 이날 전국 각 구장에서 경기 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특히 1992년부터 2001년까지 LG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차명석 LG 단장은 “이 감독님은 시대를 앞서가셨던 분”이라며 “프로야구에 큰 획을 그으신 이광환 감독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