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까지 유예 중인 미국의 상호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한국 기업은 멕시코 인도 대만 등의 기업과 미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장벽으로 중국 입지가 축소된 틈을 타 멕시코 인도 등의 기업이 점유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트럼프 1기 이후 미국 수입시장 수출 경합 구조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를 2일 발간했다.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한국과 주요 수입국 간 경쟁 구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미국의 전체 수입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9.2% 늘어난 1조2242억달러로 1~4월 누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액은 417억달러로 전년 대비 5.0%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 순위는 작년 7위에서 올해 10위로 하락했다. 미국의 수입 상위 10개국 가운데 수입액이 감소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0.9%)뿐이었다.
품목별로는 15개 품목 중 7개 품목에서 한국산 제품 수입이 줄어들었다. 반도체(-36.2%), 화학공업 제품(-23.5%), 자동차 및 부품(-15.7%), 기계류(-7.4%) 등에서 감소가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점유율 하락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25%의 품목 관세가 부과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쓴 김규원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기계류와 전기·전자제품은 미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대만과 베트남이 한국의 경쟁국으로 부상했다”며 “자동차 및 부품과 기계류는 각각 베트남과 멕시코가 한국산 제품을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가별로 상이한 상호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주요 수입 품목을 중심으로 한국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25%)보다 고율의 상호관세가 예고된 중국(54%), 베트남(46%), 대만(32%), 인도(26%)는 높은 관세율에 따라 가격도 높아져 한국의 기계류와 전기·전자제품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수석연구원은 “상호관세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 생산 거점을 다양화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며 “특히 미국 내 생산이 어렵거나 대체 가능성이 낮은 품목을 늘리며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