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02일 14: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롯데지주를 비롯한 4개 계열사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은 롯데 계열사에 대한 투자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이 수 년 전부터 석유화학 업종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지적해 온 만큼 회사채 가격에 이미 상당 부분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롯데지주·롯데물산·롯데렌탈·롯데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등급 변경에 따라 유사시 계열지원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고, 이에 따라 그룹 신용등급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이다.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 2024년 -8941억원, 2025년 1분기 ?12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2023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로 잔금 2조2000억원의 자금이 집행됐고, 총 사업비 약 5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나프타분해설비(NCC) 신설사업이 추진되면서 연간 2조~3조원의 자금이 소요되고 있다.
IB업계는 이번 신용도 하락이 하반기 롯데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에는 롯데렌탈(2000억원), 호텔롯데(2000억원), 롯데쇼핑(4000억원), 롯데웰푸드(1500억원), 롯데칠성(2000억원), 롯데물산(800억원) 등이 회사채 발행을 마쳤지만,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회사채 이슈 이후로 자금조달 시장에서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카드 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해 약 1조원을 확보했고, 롯데지주는 1~2개월 만기의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 중이다. 롯데건설의 경우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미매각돼 주관 증권사가 물량을 떠안은 뒤, 개인 투자자에게 재매각(셀다운)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자산 효율화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롯데케미칼은 수처리 생산공장 매각을 비롯해 자산 경량화(에셋라이트)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며 “이에 따라 2분기에 영업손실 폭이 축소된다면 자금 조달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