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려는 게 아니다"…호텔이 '15만원' 빙수 파는 이유

입력 2025-07-02 11:00
수정 2025-07-02 11:24



매년 5성급 호텔들은 새로운 빙수를 출시하고 빙수 가격을 올리고 있다. 고급 재료를 쓴 프리미엄 빙수는 단순히 빙수에 그치지 않고 호텔의 이미지를 만드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빙수 가격은 호텔의 고급 이미지를 만들고 가격 그 자체로 장벽을 만들어 손님을 제한하겠다는 호텔의 전략이 숨어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올해 11만원이다. 2011년 2만7000원에서 시작한 후 매년 꾸준히 가격이 올랐다. 출시 당시에는 SNS 인증샷 열풍으로 유행이 됐다. 망고 빙수 가격이 매년 중요한 뉴스로 다뤄질 만큼 대중적 관심을 받았다. 애플망고빙수를 파는 곳은 서울신라호텔 1층의 더 라이브러리라는 공간이다. 호텔 로비에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인데 높은 천장과 편안한 좌석, 훌륭한 라이브 연주로 유명하다. 망고 빙수가 아니더라도 항상 인기 있는 만남의 장소로 꼽힌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망고 빙수를 먹으려는 이들로 호텔이 붐볐다. 대기 고객이 늘어나고 망고 빙수를 먹으려는 이들이 더 라이브러리 뿐 아니라 로비 일반 공간까지 붐비게 만들었다. 투숙객들로선 불편할 수 있는 문제였다. 망고빙수를 먹으려고 와서 사진 찍기에만 열중인 이들이 늘어나면서, 더 라이브러리의 여름 시즌은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보다 복잡하고 분주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호텔로선 기존 공간이 갖고 있는 목적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를 조절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가격이다. 호텔업계에서는 신라호텔이 망고 빙수 가격 자체를 장벽으로 만들어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쉽게 말해 적당한 가격이면 올 수 있던 사람들이 못 오게 되면서,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하려 한단 얘기다. 대중적인 식당들이 가장 사람들을 많이 오게 하면서 이익을 최대로 할 수 있는 '최적 가격'을 찾는 것과, 호텔의 가격 설정 전략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다른 호텔도 마찬가지다. 올해 최고가 빙수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벨에포크 샴페인 빙수'다.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 '페리에 주에'와 협업해 출시한 제품이다. 벨에포크 샴페인을 얼려서 슬러시 형태로 만들엇는데 1그릇에 15만원이다. 이 역시 파는 장소가 중요하다. 로비 라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좌석 간 간격이 넓고 좌석 수 자체도 많지 않다. 숙박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간이다. 일반 방문객이 오더라도 쾌적한 공간 경험이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호텔 빙수의 인기 이유를 사치재적 성격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사람들의 보여주기식 SNS 경쟁이 호텔 빙수 수요를 높였고 그 결과 가격도 매년 인상했단 얘기다. 실제 그렇다. 하지만 호텔 빙수 가격 자체가 비싸졌다고 비판하는 여론이 나오는 것은 호텔의 가격 설정 전략을 잘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촌극에 가깝다.

호텔 빙수에는 단순히 빙수 원가와 서비스 뿐 아니라 호텔 공간을 점유하고 그 공간이 주는 쾌적함에 대한 비용이 포함돼있다. 호텔 빙수를 먹을 수 있는 라운지나 고층바는 훌륭한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거나 멋진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공간적 경험을 제공한다. 가격 장벽이 높을수록 공간 경험의 질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누구나 적당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설계한 디저트가 아니란 얘기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SNS 인증샷을 위해 호텔 빙수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니까 호텔들이 돈을 더 벌려고 가격을 올리나보다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많이 찾아오는 것보다는 각 호텔서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방문객 수를 조절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