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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홍콩증시가 20% 급등한 반면 중국 상하이증시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두 증시의 수익률 격차가 2008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기술주 투자 열풍과 본토 자금 유입이 홍콩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상하이증시는 부동산 경기 부진과 소비 위축, 미·중 무역 갈등이 겹치며 맥을 못 추고 있다.
◇홍콩 기술주에 쏠린 자금1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항셍지수는 20%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5.49%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약 3.6배 높은 상승률이다. 홍콩 시장은 본토에 상장되지 않은 혁신기업 비중이 높아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적극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딥시크가 중국의 인공지능(AI) 테마에 대한 기대를 자극한 이후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대형 기술주에 투자자가 몰려 증시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상하이증시는 금융, 에너지, 부동산 같은 전통산업 및 경기 민감 업종 비중이 높다.
본토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점도 홍콩증시 상승세를 견인했다. 중국 본토 투자자는 올 들어서만 120조원어치 넘게 홍콩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본토 투자자의 홍콩 주식 순매수 규모는 6952억홍콩달러(약 122조원)에 달해 지난해 전체 순매수액의 90%에 육박했다. HSBC는 올해 본토 투자자의 순매수액이 사상 최대인 1800억달러(약 24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지 몰리나 프랭클린템플턴 아시아트레이딩총괄은 “홍콩은 아직 코로나19 이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몇 안 되는 시장”이라며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은 투자심리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미국이 중국에 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하면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 경우 항셍지수가 2만4000선 아래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하이증시는 정체상하이증시 대표지수인 CSI300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디플레이션 압박에 올 상반기 0.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가계 자산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위축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이 시장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점도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의 위니 우는 “부동산과 소비 부문 정책 지원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효과도 미미하다”며 “보상판매 프로그램도 소비를 앞당겨 쓴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됐다. 최근 양국이 반도체·희토류 수출 통제에 협력하기로 해 긴장이 일부 완화됐지만 관세 이슈는 여전히 중국 본토 투자자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둥천 피크테자산운용 연구원은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본토 증시의 방향성을 바꾸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추정치(49.6)를 소폭 웃돌았지만 시장 반등을 이끌 만큼 강한 신호는 아니라는 평가다.
상하이증시가 바닥을 찍었고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CSI300지수가 10% 이상 상승해 4600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이 관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주식이 바닥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에는 소비와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가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글로벌 투자자는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함에도 종목별로 접근해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율리아나 한스베덴 나인티원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베이징이 민간 부문과 소비를 지원하겠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어 선택적으로 접근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