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가 최저임금 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선 것은 최저임금 노사 협상이 매년 파행 진행되면서 우리 경제에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국정기획위는 매년 인상 폭을 결정하는 현행 시스템 대신 인상 시기를 연 2회로 나누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최저임금위원회 규모를 축소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낡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정기획위도 이런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안을 이재명 정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독일式 인상 구조 벤치마킹
1일 국정기획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저임금 총인상률을 최저임금위에서 정한 뒤 반기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3% 인상할 경우 이를 1월 1.5%, 7월 1.5%로 분할 적용하는 방식이다. 점진적인 임금 인상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충격을 완화하고 불필요한 노사 갈등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위는 독일식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은 과거 2년 단위로 최저임금을 결정해 오다 코로나19 위기 당시인 2021년엔 총 두 차례에 걸쳐 최저임금을 분할 인상했다. 올해는 지난달 26일 2026~2027년 6월 말까지 1년6개월치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했다. 내년 1월부터 최저시급을 현행 12.82유로에서 13.90유로로 8.4% 인상한 후 2027년 1월 이를 다시 14.60유로로 5.0% 올리는 방식이다. 총 13.4%의 인상률을 두 차례에 걸쳐 적용했다.
다만 이런 방안이 실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노사 모두가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한 자영업자는 “결국 올릴 건데 조삼모사”라며 “6개월마다 임금 조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노동계 입장에선 6개월간 임금 인상이 지연되는 불이익이 있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도 개편국정기획위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선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최저임금 심의·결정 구조를 어떤 방향으로 개편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을 심의·결정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88년 도입된 현행 결정 구조는 객관적 결정 기준이 없어 노사 간 ‘힘겨루기’와 사회적 갈등만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37년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사례는 단 일곱 차례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도 2019년 이런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기존 최저임금위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이 참여한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해 구간설정위가 인상 폭을 정하고 결정위가 그 안에서 최종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런 개편안은 당시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논의조차 제대로 거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도 위원회 위원 수 축소(현행 27명→약 9명), 전문가로 위원회 구성, 경제·고용 지표 기반 산출 공식 도입 등 개선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노동계 등이 이런 개선 방안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실제 구조 개선이 추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저임금 제도에 대해선 노사 양측이 모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 과정에 최저임금위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수/정영효/곽용희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