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던 예비 청약자들 자금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되고, 새 아파트 잔금을 전세금으로 충당할 길이 막히면서다.
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3.3㎡(공급 면적 기준)당 4568만원이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15억7800만원이라는 뜻이다. 이번 대출 규제로 6억원을 꽉 채워 대출받는다 해도 현금 9억7800만원을 조달해야 청약을 넣을 수 있다. 전용 59㎡는 평균 분양가가 11억7660만원으로 전용 84㎡보단 낮지만 그래도 5억7660만원가량을 조달해야 한다.
분양을 앞둔 단지 사이에선 희비가 엇갈린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이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한 분양 단지에 대해서는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 대출에 대해 종전 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반면 이때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지 못한 단지는 중도금부터 대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와 성동구 성수동1가 '오티에르 포레'는 각각 지난달 26일과 27일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해 간발의 차이로 대출 규제를 피했다.
반면 하반기 분양을 앞둔 △송파구 '잠실 르엘' △동작구 '힐스테이트이수역센트럴' △영등포구 '더샵신풍역'·'더샵르프리베'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 등은 대출 규제를 받게 됐다. 하반기 분양 예정인 단지는 대출 규제에서 벗어난 2개 단지를 포함해 모두 24곳 2만888가구다.
규제 전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가 잔금 대출이 6억원 이상 가능하다고 해도,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내려 했던 수분양자들은 비상이다. 전세 보증금을 받아 소유권 이전하는 경우, 세입자의 전세대출이 원천 차단돼서다.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지 않고 보증금을 전부 본인이 가진 돈으로 낸다면 문제가 없지만, 수도권은 전셋값이 높아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는 7월 입주하는 성동구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 11월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12월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이 영향을 받게 됐다.
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 청약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강남 청약시장엔 여파가 크지 않을 거란 의견도 있다.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현금 여력이 충분하거나 6억원만 대출받아도 감당이 가능한 수요가 상당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