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종목 순환매 분위기가 뚜렷한 분위기다. 수익률 상위 업종의 판도가 바뀌지 않는 채로 주도 업종 일부에서만 상승 종목이 교체되는 식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들어 지난 4월13일까지 117.88% 급등하며 방산 섹터 대표주 역할을 했다. 반면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상승세는 9%에 그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동안 상승세 바통은 풍산과 현대로템이 이어받았다. 올들어 지난 4월 중순까지 주가 상승폭이 6%에 불과했던 풍산은 이후 134.85% 뛰었다. 같은 기간 현대로템도 88.22% 올랐다.
조선주도 비슷한 양상이다. 연초부터 지난 2월 중순까지는 한화오션이 105% 급등했다. 이 기업 주가는 이후 지난 30일까지는 2.45%만 올랐다. 그 사이 조선업종 상승세는 HD현대중공업 계열 조선사들로 옮겨갔다. 올 들어 지난 2월 중순까지 주가가 19% 빠지는 등 소외됐던 HD현대미포는 그 이후로 전날까지 85.41% 급등했다. 같은 기간 HD현대조선해양은 54.76% 올랐다.
증권가는 최근 순환매 장세가 섹터가 아니라 종목에 집중됐다고 입을 모은다. KB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월간 수익률 상위 5개 섹터 안에 한 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업종은 조선, 방산, 원자력, 로봇, 지주사, 증권·은행, 건설, 정보기술(IT) 등 일부에 불과하다. 철강, 헬스케어, 자동차, 디스플레이, 화학 업종 등은 지난 6개월간 단 한 번도 상위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수익률 하위 업종엔 순환매 반전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엔 주도주의 주가가 쉬어갈 때 빠져나온 돈이 다른 섹터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은 섹터 내 다른 종목으로 유입돼 ‘키맞추기’를 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며 “시장 전반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섹터 모멘텀이 클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이같은 시기엔 주도 섹터에서 내 덜 오른 종목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밸류에이션 부담을 피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에 매수세가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증권주의 경우 개중 가장 많이 오른 미래에셋증권보다는 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키움증권에, 은행주는 KB금융보다는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에 상승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최근엔 특정 업종 내 주도주에서 차익실현으로 나온 수급이 그 업종 안에서만 돌면서 모멘텀을 유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연내에도 주도 업종이 크게 변하지 않은 채 덜 오른 종목이 많이 오른 종목을 따라 오르는 양상이 이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