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처분 상대방에 대한 내용이 누락됐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감원은 태광산업이 지난달 27일 제출한 '자기주식 처분결정'과 '교환사채권 발행결정'에 대해 정정명령을 부과했다. 정정명령 사유는 두 공시 모두 '처분(발행) 상대방 등에 대한 중요한 누락'이다.
앞서 태광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24.41%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32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6명 중 김우진 서울대 교수를 제외하곤 모두 찬성해 안건이 통과됐다. 하지만 공시에 EB 인수 대상자는 기재되지 않았다. 추후 확정되면 정정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결정에 2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반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사들의 위법 행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상법 시행령 제22조에 따르면, 주주 외의 자에게 교환사채를 발행할 때에는 이사회가 거래 상대방과 발행 조건 등을 명확히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는 이러한 절차 없이 발행을 의결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태광산업이 상법 개정에 앞서 '꼼수'를 냈다고 지적한다. 상법 개정 전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넘겨 경영권을 지키려 한다는 취지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상법 개정 전 견강부회식 공시가 남발하고 있다"며 "태광산업이 석유화학과 섬유업을 하다가 느닷없이 3200억원이 필요하다며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고 하는 이유는 뷰티, 에너지, 부동산 사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말 뿐이지 그 어디에도 구체적인 계획도 준비도 없다"고 지적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