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먹던 특수통 동료…조은석 특검 vs 윤석열 '강대강' 대결

입력 2025-07-01 12:00
수정 2025-07-01 13:12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2차 조사를 위한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검찰 출신 두 거물 간 '강대강'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 청사 현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검의 출석 요구에 대한 첫 불응이다. 불출석은 이미 예고됐었다. 특검팀은 앞서 윤 전 대통령이 출석에 불응할 경우 형사소송법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못박았고, 윤 전 대통령 측도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출석 일정 조정을 요구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이번 주 4일 또는 5일을 출석일로 재지정해 통보할 방침이다. 재지정일에도 윤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특검은 체포영장 청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때엔 기존에 청구했다 기각된 체포영장에 적시한 대통령경호처 동원 체포 저지 지시,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에 다른 혐의를 더 추가하겠다는 게 특검 계획이다. 지난 28일 1차 특검 조사 때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비상계엄 전후 열린 국무회의 과정 등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는 이뤄진 만큼 관련 혐의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한솥밥 먹던 특수통 동료"의 운명적 만남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특수수사)' 검사로 명성을 날렸던 조 특별검사와 윤 전 대통령의 대결 구도는 여러 면에서 상징적이다. 두 사람은 수사하는 자와 수사받는 자로 만났지만, 과거엔 한솥밥을 먹던 동료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7년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은석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윤석열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각각 검찰 요직에 있으면서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경쟁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주요 사건을 함께 다뤘던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들어 윤 전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에 발탁되면서 사법연수원 4기수 선배인 조 특검이 검찰을 떠나며 길이 엇갈리게 됐다.
같은 '특수통'이지만 다른 스타일
두 사람 모두 검찰 내에서 '강골' 특수통으로 평가받았지만, 수사 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다. 조은석은 정교한 법리와 논리로 상대를 옭아매는 치밀한 스타일이었다면, 윤석열은 목표를 향해 거칠게 돌파하는 저돌적인 방식을 선호했다.

특히 조은석은 재직 시절 세월호 참사 합동수사를 지휘하는 등 권력형 비리와 재벌 비리, 검찰 내부 비위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는 대형 사건들을 다수 수사했다. 검찰 내에서는 "머리가 좋고 수사를 잘하며, 자백도 잘 받아내는" 검사로 평가받았다.
소년급제 vs 9수 끝에 합격
조은석(60)은 1965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광주 광덕고를 졸업했다. 고려대 법학과 재학중인 1987년 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소년급제' 했다. 사법연수원 19기로 육군법무관을 거쳐 1993년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로 검찰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서울지검 특수1부에서 신동아그룹 비리 등 굵직한 사건들을 수사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윤석열(65)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충암고를 거쳐 1983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1년 9수 끝에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3기를 거쳐 1994년 대구지검 검사로 임용됐다. 대검 중앙수사부 등에서 특수수사를 담당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2017년 이후 갈린 길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린 건 2017년 이후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에 깜작 발탁됐고, 2019년 검찰총장으로 승진했고, 급기야 2022년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반면 조은석은 2017년 8월 서울고검장에 오르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탈락하며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2019년 검찰을 떠났다. 이후 변호사 개업을 했으며, 2021년 1월부터 올초까지 4년간 감사원 감사위원, 감사원장 권한대행을 역임하며 공직 생활을 이어갔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달 12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에 임명됐다.
치밀한 조 특검 vs 강경한 윤 전 대통령
7년여 만에 특검과 피의자로 재회한 두 사람의 대결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은석 특검이 강경 드라이브를 걸며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도 만만찮게 맞서고 있어 '강대강'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한때 같은 조직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특수수사 분야에서 나란히 명성을 쌓았던 두 사람이 수사관과 피의자라는 극명하게 다른 위치에서 마주하게 된 상황은 여러 면에서 상징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 특검은 야망이 큰 사람이고, 윤 전 대통령 역시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는 강단있는 검사였다"며 "강대강의 만남이라 특검 수사 과정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전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