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을 계기로 긴급 소집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아무런 입장을 내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마무리됐다. 대선 이후 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줄줄이 미룬 상태에서 관련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30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두 시간가량 원격으로 임시회의를 열었다. 전국 각급 법원 법관대표 126명 중 과반인 90명이 참석했지만 어느 안건에 대해서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관대표들은 5월 26일 1차 회의 때 상정된 7개 안건 중 중복된 내용을 통합해 5개로 좁혀 논의한 후 표결에 부쳤다.
안건별로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 모두 부결됐다. 대법원 판결이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사법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데 대한 엄중한 인식과 재판 독립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 제도 개선의 연구·논의 필요성, 법관 특검·탄핵·청문 등 재발 방지 촉구, 사법의 정치화를 막기 위한 논의·연구, 개별 재판 책임 추궁 등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의 안건에 각각 56명, 57명, 67명, 64명, 6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법관대표회의는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훼손된 사법 신뢰의 회복을 위해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고 보는 쪽과 진행 중인 사건의 판결과 절차에 대한 집단적 견해 표명은 자제해야 한다는 쪽 간에 의견이 갈렸다”고 설명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재판 제도와 법관인사 제도 등 2개 분야 분과위원회를 꾸려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