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의 혁신, "책 당일배송 해드려요"

입력 2025-06-30 17:25
수정 2025-07-01 00:13

서울 은평구 진관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공공도서관인 ‘은뜨락도서관’. 지난해부터 전국 최초로 대여 도서를 당일 배송하는 ‘북나름’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진관동 거주민 중 65세 이상이거나 맞벌이, 세 자녀 이상, 한부모, 다문화 가정 등이 대상이다. 도서관 홈페이지나 전화로 책을 대여 신청해 집으로 배달받아 볼 수 있다. 오후 4시 전까지 신청 건은 당일 배송하고, 이후 신청 건은 다음날 오전 갖다준다. 책 반납도 쉽다. 수거 신청을 하고 집 앞에 두면 알아서 가져간다.

김명수 은뜨락도서관장(사진)은 지난 27일 “비록 진관동 한정이지만 북나름 서비스를 통해 e커머스 수준의 배송을 하고 있다”며 “어르신 공공 일자리 사업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도서관은 노인 공공근로 사업을 담당하는 은평시니어클럽에서 60세 이상 인력 10명을 지원받았다. 이들은 도서관에서 대기하다가 대여 신청이 들어오면 주소지로 도보 배달을 한다. 김 관장은 “산책 겸 걸어서 배송하니 일하는 만큼 어르신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은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를 위해서다. 김 관장은 “떠드는 아이들을 단속하느라 책을 고를 겨를도 없는 부모들의 고생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임산부 대상 대여 도서 우체국 택배 서비스는 전국 도서관이 대부분 하는 것이어서, 예산을 크게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찾았다.

김 관장은 대구의 한 대학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다. 은평구 증산정보도서관을 거쳐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파견으로 에콰도르에서 2년 반 동안 통합도서관 구축 사업 등을 수행했다. 1급 정사서 자격을 취득했고, 강서구 영어도서관 총괄팀장을 거쳐 2021년부터 이 도서관을 이끌고 있다.

도서관 측과 은평시니어클럽은 함께 사업을 기획하며 60세 넘는 근로자가 감당할 수 있는 노동인지 측정했다. 노인 걸음 속도로 도서관에서 가장 먼 곳을 왕복하면 최대 3㎞,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루 평균 10권 정도 대여 신청이 들어온다. 근로자 한 명당 하루 한 건 정도 배송하는 셈이다. 안전을 위해 혹서기, 폭우·폭설 때, 혹한기 등에는 배달을 중지한다.

김 관장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노인 공공근로 사업을 하는 만큼 다른 지역도 충분히 도입해볼 만하다고 했다. 그는 “지역 주민과 근로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구청과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는 다른 동으로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