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업급여 지출은 OECD 최상위…반복수급 부추기는 구조"

입력 2025-06-30 16:09
수정 2025-06-30 16:11


고용보험 제도가 반복 수급을 방조하면서 사실상 ‘실업자 생계유지 장치’에 머물고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지적이 제기됐다. 실직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유도하기보다는 장기 실업과 소득 의존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고용노동부와 노동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고용보험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실업급여가 경력 개발과 직무 전환을 유도하기보다는 단기 일자리 전전과 반복 수급을 부추기는 구조"라며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제로 지목된 건 과도하게 높은 하한액이다.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에 연동된다. 최저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40세 기준 평균임금의 41.9%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는 OECD 국가 중 1위 수준이다.

반면 상한액은 평균임금의 43.8%로 OECD 중간 이하 수준이다. 하한액 대비 상한액이 약 94%로 큰 차이가 없다.

최소 수급 요건도 관대한 편이다. 성 부원장은 "최대수급기간도 유럽 주요국과 비교할 때 짧은 편에 속하는 한편, 최소 수습 기간은 기여 요건의 길이와 함께 볼 때 관대한 수준"이라며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단기 취업을 촉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러다보니 한국의 실업보험 지출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GDP 대비 지출 비율은 0.538%로 OECD 6위다. 평균(0.36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국과 제도 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0.2%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런 구조는 중장기적인 노동시장 왜곡을 낳고 있다. 성 박사는 “실업급여 수급을 목적으로 단기 고용을 반복하는 ‘수급 반복자’가 양산되고 있다”며 “소득보전 기능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실업자의 경력 개발과 재취업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성 박사는 실업급여의 하한을 현실화하고 상한액을 상향하는 ‘소득비례 구조’ 개편을 제안했다. 특히 5년 이상 피보험기간을 가진 가입자에 대해선 수급기간을 늘리고 상한액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단기 반복 고용을 양산하는 사업장에 대해선 보험료율을 높이는 ‘경험요율제’도 제시됐다.

성 연구원은 또 실업급여의 역할을 점차 국민취업지원제도와 분담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업급여는 실직자 보호에 치중하고 있고,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구직활동을 중심으로 한다”며 “두 제도의 기능을 재조정해, 실업자의 상향 이동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용보험 도입, 변천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섰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