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는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예전엔 (샤오미가) 저가 제품만 취급하고 '카피' 해서 만드는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조금 더 고급 브랜드가 된 것 같아요." 경남 창녕에 거주하는 김득건 씨(53)는 지난 28일 샤오미코리아의 국내 첫 매장인 미스토어 공식 오픈 첫날 이 같이 말했다. 샤오미코리아, 첫 매장 오픈에 70여명 '북새통'미스토어를 찾은 방문객들은 이처럼 샤오미의 이미지가 종전과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오픈 첫날 풍경만 봐도 어느 정도 이미지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오픈 직전 매장 앞엔 40명 넘게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섰다. 주말 아침잠 대신 미스토어를 찾은 이들 중 가족끼리 온 일행은 다섯 팀이었다. 아이를 동반한 이들과 신혼부부뿐 아니라 노부부들도 미스토어 입장을 기다렸다.
샤오미코리아가 국내 첫 미스토어를 여의도에 오픈하면서 고소득 직장인과 테크 소비층이 두터운 젊은 연령대 소비자와 가족 동반 방문객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들의 유입이 많은 여의도 IFC몰에 매장을 열었다고 설명했는데, 오픈 첫날부터 매장 방문객 상당수가 이런 의도대로 유입됐다.
샤오미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주력으로 앞세운 스마트폰·로봇청소기의 경우 매장 오픈 초기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매장 오픈 30분이 지났을 무렵 70여명이 미스토어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이 중 25명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스마트워치 제품이 진열된 곳에 몰렸다. 이들 가운데 12명은 10~30대였다.
미스토어에서 가장 처음 판매된 제품은 60만원대 로봇청소기였다. 1호 구매자 장수혁 씨(23)는 "부모님 집에 로봇청소기를 선물하고 싶어 샀다. 나중에 몇 개 더 사고 싶다"고 했다.
국내 소비자들 '심리적 장벽'…보조용 수요 여전다만 일부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은 여전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황승민 씨(30)는 "저가형 휴대폰은 오히려 샤오미 제품이 더 괜찮다는 생각도 해서 구매 추천도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메인 휴대폰으로 (샤오미를) 쓰기엔 무리인 것 같고 보조폰으로 하나 사볼까 한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김태훈 씨(47)도 "원래 갤럭시 패드를 쓰는데 아내가 쓸 서브 태블릿이 하나 더 필요해서 마침 샤오미가 문을 연다고 하길래 작은 사이즈로 사려고 왔다"며 "(보조용을) 큰 돈 주고 사기엔 좀 그런데 샤오미는 가격이 합리적인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보조용 수요'만을 공략하는 것만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조용 수요에 그치는 소비자 심리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중소형 생활가전은 가격경쟁력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샤오미 생활가전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12만원대에 판매 중인 선풍기를 구매한 고객도 여럿 눈에 띄었다.
경기 고양에 사는 A씨(58)는 "얼마 전 샤오미에서 선풍기 리콜을 해주면서 환불을 해줘 같은 제품으로 사려고 왔다"며 "선풍기는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부분이 있어서 BLCD 모터만 들어가면 된다고 보는데 그런 면에선 디자인 같은 걸 앞세워 가격 차이가 나는 국내 제품보다 샤오미가 강점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TV 등 대형 가전엔 '신중'…A/S·보안 우려는 '과제' 하지만 TV 등 대형 가전엔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290만원대에 불과한 100인치 대형 TV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사후서비스(A/S)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와 함께 온 배우자 B씨는 국내 제조사에서 출시한 55인치 OLED TV를 350만원 넘게 주고 샀다면서 "큰 TV를 사려면 가격 부담이 큰데 샤오미 가격 정도면 필요할 때 쉽게 바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임연우 씨(43)는 "아직 A/S망에 대해 구체적 정보를 들은 것은 없다 보니까 고가의 제품을 사기엔 약간 망설여진다"고 털어놨다.
'보안 우려'도 가전 구매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김득건 씨는 "샤오미가 우리나라에서 하는 만큼만이라도 국내에서 요구하는 법적인 부분들을 적용받는다고 공식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형 생활가전 '가격경쟁력' 압도…"韓 전략 시장"미스토어는 오픈과 동시에 샤오미의 가격경쟁력을 강조했다. 당초 구경만 하러 왔다거나 다른 제품을 사러 왔다던 방문객들 중에선 계획에 없던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도 꽤 보였다. 선풍기를 사러 왔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이던 보풀제거기와 같은 소형 제품을 사가기도 했다.
미스토어에선 무선 스틱청소기가 25만~31만원대, 먼지·진드기 청소기가 5만~7만원대에 불과하다. 주방가전의 경우 10만원을 넘는 제품이 없다. 공기청정기는 16만~29만원대, 선풍기·스마트타워 팬은 9만~12만원대에 불과하다. 헤어드라이어·전기면도기·제습기 등은 4만~33만원대에 그친다.
샤오미코리아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에 미스토어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앤드류 리 샤오미 국제사업부 동아시아 지역 총괄은 "샤오미는 한국을 매우 중요한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더 많은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