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오는 7월부터 범죄 피해자의 생명·신체 위해 우려 시 소송기록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새 제도에 따르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때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상대방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신청할 수 있다. 스토킹이나 협박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해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다.
전자소송포털에도 개인정보 보호조치 신청 기능이 새롭게 추가된다. 법원 관계자는 "범죄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권익 보호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 형사전자소송 전면 도입…"종이 없는 법정" 현실화
사법부의 디지털 혁신은 10월 형사전자소송 시스템 개통으로 본격화한다. 수사부터 공판, 집행까지 형사사법 전 과정이 전자화되면서 '종이 없는 법정'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모든 서류를 전자문서로 제출하고, 판사도 판결문과 공판조서를 전자문서로 작성한다. 전자송달에 동의한 당사자에게는 법원 결정사항이 실시간으로 통지된다.
특히 멀티미디어 증거자료도 시스템에서 바로 재생할 수 있어 증거조사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대국민 서비스 개선과 함께 사법기관 간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양제도 공적 체계 전환…예비부모 '시험 양육' 도입
7월부터는 민간 주도였던 입양 절차가 국가 주도 체계로 전면 개편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임시양육결정' 제도 신설이다.
법원이 입양허가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예비 양부모가 아동을 직접 양육하며 적합성을 검증받을 수 있다. 이는 아동과 예비부모 간 유대관계 형성 시간을 확보하고, 법원의 입양 적합성 판단을 더욱 정확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다.
국제입양도 아동 출신국과 입양국에 따라 절차가 세분화돼 입양 가정의 권익 보장이 강화된다.
피해자 소송기록 열람권 확대…"실질적 재판 참여 보장"
9월부터는 범죄 피해자의 소송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원칙적으로 허가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기존에는 법원의 재량으로 허가 여부가 결정됐지만, 앞으로는 피해자 권리구제를 위해 필요한 경우 원칙 허가로 전환된다.
불허 시에는 반드시 이유를 통지해야 해 투명성도 높아진다. 법원은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애인 사법지원 체계화…전국 법원 통일 기준 마련
하반기 중에는 장애인, 임산부, 고령자를 위한 사법지원 예규가 제정된다. 전국 법원에서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일 기준이 마련되는 것이다.
사법접근센터와 우선지원창구에서 지원 신청을 도와주고, 시설 접근성과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구체적 절차가 명시된다.
법인 전자등기 보안 강화…OTP 추가 인증 의무화
8월부터는 법인의 전자등기 신청 시 OTP(일회용 비밀번호) 인증이 추가로 도입된다. 전자증명서 분실이나 도용으로 인한 부실등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기존 전자증명서만으로는 보안 위협에 취약했지만, OTP 추가 인증으로 등기 신청의 진정성을 이중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서울법원 조정센터 서초역으로 이전…"대기시간 단축 기대"
10월에는 서울법원 조정센터가 서초파크빌딩 5층으로 이전한다. 서울법원종합청사의 공간 부족 문제 해결과 조정 서비스 개선이 목적이다.
현재 조정사건 급증으로 조정실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전 후에는 충분한 조정실 확보로 더 많은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