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으로 유명한 글루카콘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약물을 투약한 뒤 급성 췌장염을 앓는 사례가 영국에서 급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의 의약품 규제 당국인 의약품·헬스케어제품청(MHRA)는 약물 사용과 관련된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옐로카드 제도’를 통해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한 뒤 급성 췌장염을 앓았다는 보고를 올해에만 123건 접수했다.
주요 GLP-1 계열 약물은 '마운자로·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위고비·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삭센다·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등이 있다. 이들은 허가된 적응증에 따라 비만 치료제나 당뇨병 약으로 사용된다.
MHRA는 GLP-1 계열 약물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급성 췌장염 보고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GLP-1 투약 이후 발생한 췌장염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을 MHRA는 의심하고 있다. '지노믹스 잉글랜드'가 운영하는 '옐로카드 바이오뱅크' 연구에 참여하도록 대상자를 초대할 예정이다.
다만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를 개발한 일라이릴리는 췌장염의 원인이 기존 질환 등 약물이 아닌 다른 요인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터제파타이드 환자 정보 안내 책자에는 급성 췌장염을 100명 중 최대 1명에게 나타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부작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서 미국의사협회저널에는 ‘체중 감량을 위한 GLP-1 수용체 작용제와 관련된 위장관 부작용 위험’이라는 논문이 게재된 바 있다. 연구팀이 1600만명의 무작위 환자 표본을 활용해 급성 췌장염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리라글루타이드 투약군은 1000명당 4.6명으로, 세마글루타이드 투약군에서 7.9명으로 각각 분석됐다.
반면 올해 2월 국제분자과학저널(MDPI)를 통해 발표된 '미국 2형 당뇨병 환자의 동반 질환이 없는 하위 그룹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와 관련된 췌장염 위험'이라는 논문에서는 GLP-1 계약 약물을 사용한 환자군과 사용하지 않은 환자군 사이에 췌장염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