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늙어가고 있다. 임직원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40대 이상이 20대보다 많아지면서 평균 연령이 높아졌다. 생산성 둔화, 인건비 증가 등에 따른 삼성전자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29일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5’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전 세계 임직원 수는 2022년 27만278명에서 지난해 26만2647명으로 2.8% 적어졌다. 경영 불확실성에 글로벌 신규 채용이 크게 늘지 않은 데다 해외 공장 자동화 등으로 생산직도 급감한 영향이다.
생산직 채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20대 임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6만3531명으로, 2년 전인 2022년(8만3155명)보다 23.6%(1만9624명) 급감했다. 기존 인력이 회사를 떠나지 않으면서 2022년 7만5516명이던 40대 이상 임직원은 지난해 말 8만5081명으로 12.7%(9565명) 많아졌다. 이에 따라 전체 임직원에서 40대 이상 비중도 2022년 27.9%에서 지난해 32.4%로 4.5%포인트 높아졌다.
직급별로도 고참 직원 증가 현상이 뚜렷하다. 커리어레벨(CL)1(사원), CL2(대리)로 구성된 ‘일반 사원’은 2022년 18만2323명에서 2024년 16만4895명으로 9.6% 줄어든 반면 CL3(과장·차장)와 CL4(부장) 등 ‘간부’는 같은 기간 8만6498명에서 9만6294명으로 11.3% 늘어났다. 간부 비중도 2022년 32%에서 2024년 36.7%로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15~20년 전인 2000년대 중후반부터 고성장을 본격 시작했다. 이 시기 입사한 직원이 대부분 40대 이상 간부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의 퇴직률(전체 임직원 대비 퇴직자 비율)은 2022년 12.9%에서 2024년 10.1%로 낮아졌다. 본사가 있는 한국의 경직된 노동 제도로 저성과 직원 해고가 어려운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령화는 삼성전자에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인건비는 2022년 37조6000억원에서 2024년 40조5000억원으로 2조9000억원(7.7%) 많아졌다. 임원 승진을 포기하고 워라밸을 찾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조직문화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성과에 따라 채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