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종말?…부천에서 만날 보석같은 단편 셋

입력 2025-06-29 17:19
수정 2025-06-30 00:23

다음달 3일 개막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코리아 판타스틱’(한국 장·단편 경쟁 섹션) 장편 부문은 국내 영화산업의 침체를 반영하듯 출품작이 줄었다. 상대적으로 제작 진입 장벽이 낮은 단편 부문은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우수한 작품이 눈에 띈다. 올해 BIFAN에서 만나야 할 단편 중 세 편을 선정했다. ◇완벽한 감상임정섭 감독의 ‘완벽한 감상’은 우리 모두가 극장에 갖고 있는 감정들, 즉 애정과 소멸에 대한 염려, 그리고 그곳에서 품을 수 있었던 꿈을 그리는 영화다.

극장이 사라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신의 마지막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은 감독 두수를 중심으로 작품이 진행된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극장에서 일하는 맹인 여성의 도움으로 두수의 작품 ‘선샤인’이 상영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여성과 두수는 영화를 같이 보고, 극장은 곧 폭파된다.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극장을 시원하게 날려버린다는 점에서 완벽한 감상은 철저히 디스토피아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영화는 그 디스토피아 한가운데에서도 극장의 미래를 낙관하는 듯하다. 극장과 함께 운명하겠다는 영화 속 두 인물처럼 극장을 사랑하는 존재들은 늘 있었으며,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분이 조금 넘는 짧은 단편이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쿵폐차장에서 일하는 청년, 정호의 노모는 오랫동안 투병 생활 중이다. 노모의 간병을 맡고 있는 그의 동생 정기 역시 엄마의 상태만큼이나 피폐해져 간다. 어느 날 정기는 형을 찾아와 폐차를 부탁하고 형제는 밤길을 달려 폐차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폐차를 직전에 앞두고 정호는 정기의 옷에서 핏자국을 발견한다.

영화 ‘쿵’은 문자 그대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영화는 그 소리의 진원지를 밝히지 않는다. 그것은 정기의 절박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고, 간병 중에 일어난 흔한 실랑이 가운데 하나였을 수도 있다. 영화는 간병이라는 이슈를 통해 초고령사회에서의 시스템 부재를 조명한다. 물론 영화제 특유의 아찔한 정서를 가득 담아서 말이다. 호러와 사회극을 유연하게 배합한 심리 스릴러를 단편으로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소영의 입실‘소영의 입실’은 단편 중에서도 러닝타임이 짧은 미니 단편이지만 이야기의 반전만큼은 영화 길이를 잊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영화는 수능 당일 전화를 받지 않는 엄마 때문에 입실을 할 수 없는 딸 소영의 하루를 그린다. 소영은 쉬지 않고 전화를 걸지만 엄마는 연락이 없다. 곧 안내가 흘러나오고 소영은 수능을 치게 될 교실에 입실해야 한다. 결국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고, 소영은 입실 시간을 놓치고 만다. 소영은 왜 이토록 초조한 것일까. 엄마는 왜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일까.

예상 밖의 이야기적 반전은 분명 보는 즐거움을 주지만, 동시에 영화는 반전만을 향해 가면서 전반의 다른 설정이 부족해 짧은 시간임에도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의 엔딩의 주는 여운은 작지 않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