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푸른 숲과 번성했던 백제의 역사가 밤을 수놓는 도시. 고요히 나를 돌아보고, 사색하게 하는 익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비밀의 정원, 문이 열리다
상사화꽃길, 밤나무, 메타세콰이어길, 포멀가든으로 이뤄진 아가페정원은 거대하고 신비로운 또하나의 푸른 세계다. 만개한 백일홍에 취했다가 고개를 들면 40m 높이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 산책로가 미지의 세계를 연결하는 벽처럼 펼쳐진다.
아가페정원은 한 사람의 고귀한 정신으로 탄생된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1970년 고 서정수(알레시오) 신부가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해 노인복지시설 아가페 정양원을 설립하며, 일대 수목원을 조성한 것. 50년 넘게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 ‘비밀의 정원’으로도 불렸다.
익산의 정원들
익산에는 고스락, 용안생태습지공원, 달빛소리수목원 등 초록으로 물든 여름 풍경을 볼 수 있는 명소가 곳곳에 자리한다. 고스락은 전통장이 든 5000여 개의 전통 항아리가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금강변에 조성된 용안생태습지공원은 자전거 여행 명소로,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국에 있는 희귀한 고목을 옮겨온 달빛소리수목원도 특색있다. 일명 ‘황순원의 소나기 나무’로 불리는 커다란 느티나무는 달빛소리수목원의 명물 중 하나. 밑동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데 사람 2명이 들어가고도 남는지라 자연스럽게 포토 스폿이 되었다. 익산에 귀촌한 부부가 무려 20년 동안 정성으로 까꾼 수목원은 은은한 향기를 전하는 금목서, 은목서 산책길을 비롯해 700여 종의 꽃, 나무, 풀이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는다.
밤에는 백제로 가요! 밤시티투어
아름다운 도시는 밤에도 아름답다. ‘별밤시티투어’ 는 왕궁리유적, 미륵사지 등 익산 관광명소를 저녁 시간에 즐기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원도심을 둘러 본 뒤 시장에서 석식과 쇼핑을 마치고, 웅포에서의 금강유람선 투어 후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것이 기본 루트. 매주 금요일 출발하며, 1인 2만 원의 비용에는 전통시장 쿠폰도 포함되어 있다. 자세한 사항은 익산시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익산에서 맛볼 것, 깨통닭
남부시장 치킨거리에는 묘한 메뉴가 하나 있다. 바로 ‘깨통닭’이다. 튀김 에 깨가 박혀 있고 바삭한 식감이 특징인 깨통닭은 익산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별미 중 하나다.
잠은 여기서, 함라한옥체험단지
반려동물도 함께 머물 수 있는 고풍스럽고 안락한 펫프렌들리 숙소. 함라한옥체험단지는 안채, 사랑채, 별관채에 총 11개의 객실이 준비되어 있다. 객실에 따라 누마루, 온돌방, 침대방까지 취향의 폭을 넓힌다.
익산을 기억하는 굿즈, 마룡이
익산의 관광 캐릭터 마룡이는 귀여운 청색 아기 용이다. 백제 무왕의 설화가 전해지는 연못 ‘마룡지’에서 이름이 비롯된 캐릭터다. 익산 일대에서 마룡이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를 만나볼 수 있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