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슬로바키아 "EU 對러 제재 반대"

입력 2025-06-27 17:40
수정 2025-06-28 00:56
유럽연합(EU)의 18번째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 채택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EU는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27개국 정상회의를 열고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새로운 대러 제재안을 논의했지만 만장일치 원칙에 가로막혀 합의에 실패했다. 18차 제재안에는 러시아 해저가스관 노르트스트림 운영사와의 거래 금지, 금융 제재 강화 등이 포함됐다.

헝가리는 이전 제재 논의에서도 종종 막판에 태도를 바꿔 합의에 동참해온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슬로바키아도 제동에 가세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이날 SNS를 통해 “EU가 추진하는 러시아 화석연료 금수 정책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정책은 2028년부터 EU 전역에서 러시아산 가스·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EU에서는 피초 총리의 제재 반대가 에너지 우려보다 정치적 메시지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중단 조치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단기적인 공급 차질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이날 기존 1~17차 제재의 6개월 연장 표결에서는 반대하지 않아 EU의 대러 압박 기조 자체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