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엔 ‘로레알 전략’이란 말이 있다. 세계 각지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해 지역·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의미한다. 116년 역사의 로레알은 이 전략으로 랑콤, 비오템, 입생로랑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로 성장했다.
로레알이 다음 성장의 키워드로 ‘뷰티테크’를 내세웠다. 그룹의 연구혁신(R&I) 및 기술 부문을 총괄하는 바바라 라베르노스 수석부사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과학과 기술 발전이 전례 없는 ‘뷰티테크 시대’를 열고 있다”며 “독보적 뷰티 생태계를 지닌 한국 기업 및 학계와 이 분야에서 적극 협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패러다임, 롱제비티”
라베르노스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2인자’로 꼽힌다. 그는 “뷰티산업은 단순한 안티에이징 화장품 제조에서 벗어나 세포 단위로 피부 노화의 근본 원인을 찾고 노화를 예방해주는 기술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피부 건강을 유지해주는 ‘롱제비티’(longevity·장수) 기술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로레알그룹은 매년 매출의 3% 이상을 R&I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435억유로(약 69조원)임을 감안하면 작년 한 해에만 연구개발에 2조원 넘게 투자한 셈이다. 협업 대상도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학계를 가리지 않는다.
라베르노스 부사장은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한국은 단순히 로레알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제2의 도약’을 위한 핵심 파트너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창의성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화학,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첨단 기술력을 결합한 독보적 뷰티 생태계를 갖춘 나라”라고 설명했다. ◇“셀 바이오 프린트, 내년 亞 판매”로레알과 한국 기업 간 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선 국내 의료기기 업체 나노엔텍과 공동 개발한 개인 맞춤형 피부 분석 기구 ‘로레알 셀 바이오프린트’를 최초 공개했다. 개개인의 피부 단백질을 분석해 현재 상태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문제까지 자세히 알려주는 기능을 갖춘 기기다. 로레알 셀 바이오프린트는 내년 3월 아시아 지역에서 랑콤 브랜드로 선보일 예정이다.
로레알은 차세대 K뷰티 테크 대표 주자 발굴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프로그램 ‘로레알 빅뱅’을 만들고, 혁신 기술을 지닌 국내 스타트업을 선발 중이다. K뷰티 브랜드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2018년 스타일난다(3CE), 지난해 고운세상코스메틱(닥터지) 등 한국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했다. 라베르노스 부사장은 “혁신 기술을 갖춘 한국 기업과의 협업에 항상 열려 있고, 로레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인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