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법·우리법 출신으로 채운 헌재…9인 체제 '진보 우위'로 복귀할 듯

입력 2025-06-26 17:48
수정 2025-06-27 02:15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김상환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20기)은 헌법과 법률 이론에 정통한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대전 출신인 김 후보자는 1994년 부산지방법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민사수석부장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및 연구부장, 대법관 등을 지냈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맡았다. 사법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헌재에 두 번 파견 근무한 이력도 있어 안정감 있게 조직을 이끌 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는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엘리트 법관 경력을 쌓았지만 제주대 로스쿨 학생들과 편의점 앞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자주 보일 만큼 격의 없고 소탈한 성품”이라고 평가했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진보 성향 법관으로 분류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헌재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적 가치를 지켜온 헌법재판소의 길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져 부족한 저에겐 큰 영예”라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청문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오영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3기)는 ‘정통 엘리트 법관’으로 통한다. 대법관 판결을 보좌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선임재판연구관을 거쳐 수석재판연구관까지 맡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주요 재판 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분류되는 ‘우리법연구회’ 활동 이력이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뚜렷한 성향을 드러내는 스타일은 아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헌재는 사실상 2024년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재판관 9인 체제를 회복한다. 지난 4월 마은혁 재판관 임명으로 잠시 9인 체제가 완성됐으나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전 헌법재판관 퇴임으로 다시 7인 체제로 돌아갔다.

두 후보자가 합류하면 헌재는 진보 성향 재판관 4명(김상환·오영준·정계선·마은혁), 보수 3명(정형식·조한창·김복형), 중도 2명(김형두·정정미)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