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간·지자체 손잡고 대한민국 혁신 주도한다

입력 2025-06-26 16:10
수정 2025-06-26 16:11

국내 공기업들이 민간 기업,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통해 산업 구조 전환과 생활 밀착형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중부발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한국수력원자력·한국가스공사·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주요 공공기관들은 해외 인프라 수출, 디지털 유통 구조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 안전관리 체계 고도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관 협업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중부발전, 해외 에너지 수출 확대중부발전은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기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글로벌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국내 발전 공기업 중 가장 많은 해외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중부발전은 지난해 해외사업에서만 30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1년 연속 200억원 이상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 성과는 인도네시아에서 나왔다. 2015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왐푸 수력발전소(45MW)와 2018년 착공한 땅까무스 수력발전소(55MW)는 각각 35억원, 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세 번째 프로젝트인 시보르빠 수력발전소(114MW) 사업에 착수했다. DL이앤씨와 협력해 기본설계(FEED)와 건설사업관리(CM)를 중부발전이 담당하는 구조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민관 협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발전시장에 축적된 신뢰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과의 동반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라며 “기술 전파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 관계자 역시 “이번 프로젝트는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입증하는 기회이자, 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부발전은 지난 4월 스미토모USA 및 자회사 PPH와 함께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및 가스발전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지 자회사를 통해 이미 텍사스에서 대규모 태양광 2건, 캘리포니아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준공된 콘초밸리 태양광 사업은 국산 기자재 약 1100억원어치를 수출한 사례로, 수출형 에너지모델로 평가받는다. 중부발전은 미국을 포함해 유럽·동남아 등으로도 신재생 사업을 확장했다.◇aT·카카오, 디지털 유통 혁신…농산물 직거래공공과 민간 플랫폼 간 협업은 농산물 유통 구조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카카오와 협력해 자사 온라인도매시장에서 선별한 농산물을 ‘카카오톡 딜’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유통 구조를 도입했다.

기존의 복잡한 유통망(도매시장-중도매인-소매상)을 생략하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유통 구조를 단순화했다. 가격 경쟁력 확보는 물론 유통 과정의 투명성도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aT는 현재 하루 평균 30억원 이상 거래되는 온라인도매시장을 운영 중이며, 출하부터 정산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카카오는 플랫폼 기반 마케팅 역량과 사용자 접근성을, aT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각각 담당하며 공동 유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양측은 내달부터 계절 과일을 중심으로 시범 판매에 돌입하고 향후 품목 확대, 농가 대상 교육, 물류 연계, 주문 예측 시스템 고도화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aT 관계자는 “디지털 유통 혁신을 통해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목 다변화와 유통 선진화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지역 창업·생활 안전까지…공공서비스 모델도 진화공공기관들은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을 통해 기업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시와 함께 황오동 일대에 ‘청년 신골든 창업 특구’를 조성해 원도심 재생과 청년 창업을 연계하는 모델을 운영 중이다. 2023년 기준 이 창업 특구에는 25개 팀이 입점했으며, 폐점률은 0%를 기록했다. 전통주 브랜드, 무첨가 브런치 카페, 비건 식당 등 지역성과 창의성이 결합한 창업 아이템들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수익성보다 자립 기반 조성과 정착률 제고에 초점을 맞췄으며, 사내 팝업스토어 운영 등으로 유통 기회도 지원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전국 공급시설에 지능형 CCTV와 충돌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상청·산림청 등 9개 기관과 연계한 스마트 재난관리시스템을 운영하며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대형 산불 당시에도 주요 에너지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보호했다. ‘위험성 평가 경진대회’를 정례화하고, 협력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현장 중심의 안전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를 위한 민관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법’에 따라 44개 품목은 안전기준 충족 시에만 유통이 가능하며, 기업의 자율 관리와 소비자 보호가 병행된다.

이달 초 열린 ‘2025 만남의 날’ 행사에는 시민단체, 기업, 정부 등 74개 기관이 참여해 성분 공개, 원료 점검 등 자발적 조치를 공유했다. 8월에는 동물대체시험 확대를 주제로 후속 논의도 예정돼 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유해 물질 저감과 제품 안전성 강화를 목표로 민관 협력 기구인 이행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시장감시단을 110명으로 확대했고 제품 조사 건수와 온라인 감시 범위도 두 배 이상 늘렸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