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군민 대부분 삶의 터전 잃고, 생계도 막막…단순 복구 넘어 지역 존립을 걸고 싸웁니다"

입력 2025-06-26 16:03
수정 2025-06-26 16:15
“이번 산불은 청송에 유례없는 참담한 상처를 남겼습니다. 많은 군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에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절박한 표정의 주민들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지금 청송은 단순한 복구를 넘어 지역의 존립을 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봄 경북 북부 산불로 불의의 피해를 본 청송의 윤경희 군수는 “전국 최대의 사과 주산지이자 ‘산소카페’ 청송이 존립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군민들과 함께 다시 일어서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윤 군수는 “고향을 살리기 위해 대구와 서울 등 출향 인사들이 기부금뿐만 아니라 단체로 청송을 방문해 숙식까지 하는 고향 돕기에 나서고 있어 군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주왕산을 비롯해 관광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여행이 기부’라는 생각으로 청송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청송군은 이번 산불로 사망 4명, 부상 24명, 이재민이 554가구 947명에 이르며, 주택은 전소 770동을 포함해 868동이 피해를 입었다.

농업 분야 피해도 심각하다. 청송은 전국 사과의 약 12%를 생산하는 대표 주산지인데, 사과 재배지 중 약 281ha, 전체의 8%가 피해를 보았고, 2000여 농가가 농작물, 농업시설, 농기계, 임산물, 축산 등에서 복합적인 피해를 보았다. 산림은 무려 2만655ha가 불에 탔고, 총피해액은 2505억 원, 복구에는 약 431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불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과수 개화기인 3, 4월에 이상 저온 피해, 5월 28일에는 우박으로 450 농가가 350ha의 피해를 입었다. 두 재해를 합쳐서 총 약 3200 농가, 피해 면적은 2421ha로 확대됐다. 윤 군수는 이재민 지원과 관련 “조립주택은 현재 400동 이상 설치 완료했고, 장마 전까지 450동 전량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이재민들이 낯선 곳이 아닌 ‘자기 동네’에서 다시 일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단열과 냉난방, 전기, 수도, 가전, 주방 기구까지 갖춘 주거 공간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군수는 정부의 이재민 지원과 관련, 제도적으로 보상이 없는 과수농가와 상인들에 대한 특별한 지원에 새 정부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청송군 부곡리의 달기약수탕 지역은 상가 32곳 가운데 3곳을 제외한 전 상점이 전소돼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택과 기반 시설을 포함한 총피해액은 107억 원에 이른다. 윤 군수는 “현재 상인들이 받는 보상은 피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고 과수농가도 다시 일어서려면 최소 3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이들에 대한 특별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송군은 이 같은 위기에도 청송 재건을 위해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

윤 군수는 “달기약수탕 지역은 국토교통부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됐다”며 “상권 회복을 위해 골목형 상점가 지정을 통한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을 추진해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를 살리고 신도시 개념의 세계적인 상점가로 다시 태어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윤 군수는 “사과 농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지만 과수 농업혁신으로 올해도 지난해 7만500t의 생산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청송은 다시 사과로 일어서겠다”고 밝혔다. 노동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미래형 과원 황금사과단지 조성 등 고품질 사과 생산체제를 갖추고 스마트팜 사업 확대, 유통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인 결과다.

윤 군수는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사과축제는 사과 판매액만 250억원에 달하는 중요한 축제”라며 “관광산업 회복과 군민 사기진작 등 청송 재건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청송=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