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모바일용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에 적용하는 ‘코퍼 포스트’(Cu-Post·구리 기둥)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 제품에 적용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기술을 쓰면 반도체 기판 성능을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크기를 20%가량 줄일 수 있다.
코퍼 포스트 기술은 반도체 기판과 메인보드를 연결할 때 구리 기둥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반도체 기판은 납땜용 구슬인 ‘솔더볼’을 직접 부착하는 식으로 만든다. 안정적인 접합을 위해 솔더볼 크기도 커야 했고 큰 면적을 차지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LG이노텍은 2021년 코퍼 포스트 개발에 착수했다. 기판에 솔더볼을 부착하는 대신 구리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솔더볼을 작게 얹은 것이다.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회로를 기판에 배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납보다 열전도율이 7배 이상 높은 구리를 사용해 열기도 빠르게 외부로 방출할 수 있게 됐다.
LG이노텍은 “코퍼 포스트를 이용하면 회로 밀도를 높인 고성능 반도체 기판을 설계할 수 있다”며 “열에 의한 칩 성능 저하나 신호 손실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폰이 슬림화되고 인공지능(AI) 연산이 강조되면서 코퍼 포스트 방식이 널리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은 코퍼 포스트 기술 관련 특허 40여 건을 확보했다. 이 기술을 무선주파수 패키지형 시스템(RF-SiP·사진), 플립칩 스케일 패키지(FC-CSP) 등 모바일용 반도체 기판에 적용해 시장 우위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단순한 부품 공급 목적이 아니라 고객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깊은 고민에서 나온 기술”이라며 “혁신 제품으로 기판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차별적 고객 가치를 지속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