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기 사용 증가가 청소년 우울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면 부족'과 '뇌 발달 저하'가 그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조앙 파울루 리마 산투스 박사팀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서 아동 청소년기 970여명을 대상으로 스크린타임과 우울증 관계 및 수면시간과 뇌 백질 발달이 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디지털기기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스크린타임이 긴 청소년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10대 우울증의 단서를 스크린 사용과 수면의 질에서 찾기 위해 아동기 후반(T1 : 9~10세)과 청소년기 초반(T2 : 11~13세) 976명을 대상으로 스크린타임과 우울 증상의 연관성, 그리고 수면시간과 뇌 백질 조직화가 이 연관성을 매개하는지 조사했다.
먼저 스크린타임과 수면시간, 우울 증상을 조사하고, 신경 영상 분석으로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뇌 백질의 세 가지 경로인 대상다발(cingulum bundle), 전두엽 연결다발(forceps minor), 갈고리모양 연결섬유(uncinate fasciculus) 발달을 평가했다.
그 결과 스크린타임이 길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청소년일수록 감정조절, 기억, 주의 집중 등을 담당하는 뇌 영역 간 백질 연결망이 더 약하고 덜 조직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동기 후반에 하루 스크린타임이 1시간 증가할 때마다 청소년기 초반 우울 점수(아동 행동 체크리스트. CBCL)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인 0.12점씩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기 초반의 수면 부족과 뇌 백질 대상다발(cingulum bundle) 조직화 저하가 스크린타임과 우울 증상 간 연관성의 36.4%를 매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스크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우울 증상도 증가하는데, 그 원인 중 3분의 1 이상은 수면부족과 뇌 백질의 연결 구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뇌 백질의 연결망은 도시 간 고속도로와 같다"면서 "스크린타임이 길고 수면이 부족한 청소년들의 뇌 백질 연결망은 8차선 고속도로보다는 숲속을 통과하는 구불구불한 오솔길에 더 가까웠다"고 덧붙였다.
이어 "연구 결과는 스크린 사용 시간과 수면의 질이 맞닿는 지점이 뇌 기능과 정신 건강 향상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건강한 습관을 장려하고 스크린타임과 적절한 수면 간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