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소고기값이 평년보다 30% 이상 급등했다. 미국 내 수급 불안과 한국 원화 약세가 겹치면서다. 미국산 소고기값이 오르자 호주산 소고기와 국내외 돼지고기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우값은 정부의 민생회복지원금 영향이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미국산 소고기(갈비·냉동) 100g당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4481원이다. 전년(3961원)에 비해선 13.1%, 평년(3323원) 대비로는 34.8% 뛴 수준이다. 대체품인 호주산 소고기(갈비·냉동)도 100g당 4408원을 기록해 작년(3923원)보다 12.4%, 평년(3512원) 대비 25.5% 올랐다.
미국 내 소고기 생산이 전례 없이 줄어 가격이 급등했다. 올 1월 기준 미국 내 소 사육 규모는 8720만 마리로, 1951년 이후 가장 적다. 이상기후로 여름철 가뭄과 겨울철 한파가 심해져 목초지와 사료 작물이 줄어서다. 2023년엔 가뭄이 심각해 미국 전 국토의 60%가 가뭄재해 지역으로 지정됐다. 결국 생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미국 농민은 소 키우기를 포기했다.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선 생우(生牛) 선물 가격이 파운드당 230센트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누적된 고환율도 가격을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8월 23일 1338원80전으로 1300원대 초반에 머물다가 올 들어 4월 9일 1484원10전으로 1500원에 육박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며 ‘관세 전쟁’이 시작되고, 국내에선 비상계엄과 탄핵이 이어지면서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 강도가 완화되고 한국에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기준 136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수입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두 달 정도의 시차가 있다.
수입 소고기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축산 물가가 오름세다. 전날 기준 수입 돼지고기(삼겹살·냉동) 소비자가격은 100g당 1464원으로 작년과 비슷하지만 평년보다는 4%가량 높다. 국내산 돼지고기(삼겹살·냉동) 소비자가격은 2750원을 기록해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4.0%, 4.5% 올랐다.
한우 가격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전날 소고기(안심 1+등급) 100g당 소비자가격은 1만3066원으로, 작년보다는 5.7% 높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3.7% 낮은 수준이다. 변수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소비쿠폰이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축산물인 한우는 대표적인 ‘사치재’ 먹거리로 분류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 한우 수요가 급증했고, 농가들이 소 사육두수를 늘렸다. 이는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