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알바 안 하면 바보"…'핵심 일손' 된 외국인 유학생

입력 2025-07-01 16:10
수정 2025-07-01 16:11

서울 중구의 한 고깃집 사장 이 모씨는 네팔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을 홀 서빙 직원으로 채용해 함께 일하고 있다. 이 씨는 “체구는 작지만 성실하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아 만족도가 높다”며 "손님들도 예전과 달리 외국인 알바생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귀띔했다.

국내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학생은 비교적 간단한 고객 응대도 가능하고,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들과 달리 고용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다. 1일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26만37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2만6507명) 대비 16.5%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2020년(15만3361명)과 비교하면 71.9%나 급증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상승과 주휴수당 부담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구인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저비용 유학생 노동력은 더욱 선호되는 추세다. 유학생 비자(D-2, 학부생 기준)로는 주당 20시간 이내로 일할 수 있어, 주휴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단기 알바 형태의 채용이 많다. 특히 인력난에 시달리는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단기 유학생 노동력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울 소재 사립대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는 대만인 유학생 S씨는 "임금도 높고 노동법도 잘지키는 한국에서 알바를 하지 않으면 바보"라며 "시간 제한을 넘기거나 취업 금지 업종서 일해도 신고를 안당하면 특별히 걸릴 일이 없다"고 전했다.

이같은 외국인 유학생 선호 현상은 일본에서도 관찰된다. 일본 역시 내국인 청년들이 기피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 및 단기 체류 인력이 알바 일자리 공백을 메우는 구조다. 일본 나라시에서 15년째 가이드 생활을 하고 있는 김수민 씨(45)는 “일의 난도가 낮고 시급은 높다 보니 편의점 같은 곳에서 동남아계 유학생 알바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일본 정부 승인 정보 사이트인 '스터디인재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민간 자금 지원을 받는 유학생의 약 67%가 파트타임 알바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월 수입은 약 5만9000엔이다. 이들 중 35.0%는 외식업에, 30.2%는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일본 유학생은 주28시간 이내의 취업이 허용된다.

일본도 외국인 유학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에 따르 2024년 5월 기준 일본 대학이나 학원 등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33만6708명으로 전년보다 20.6% 늘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12만3485명으로 가장 많고 네팔, 베트남, 미얀마, 한국이 뒤를 잇고 있다.

한 인력공급업체 관계자는 “한일 모두 저출산·고령화로 청년 노동력이 줄면서 외국인 유학생이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제도와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알바 시장 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나라=곽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