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추경, 중동사태 대비 추가 대안 강구하라"

입력 2025-06-23 17:44
수정 2025-06-24 01:47

이재명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는 단계이긴 하지만 필요하다면 중동 사태에 대비한 추가 대안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23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지난 21일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타격으로 불안해진 국제 정세가 국내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는 취지다. ◇환율·유가 안정화에 총력이 대통령은 취임 19일 만인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동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며 “대통령실을 비롯해 전 부처가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춰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교민들의 안전이 확고히 보호될 수 있도록 안보실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챙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석·보좌관회의는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수석·비서관 등 핵심 참모가 국정 운영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다. 회의 명칭이 수석비서관회의(윤석열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의 수석·보좌관회의로 돌아간 건 대통령 의중이 수석 외 비서관과 행정관급 실무진에게까지 빠르게 시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민생 경제 회복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환율·유가가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불확실성 확대 때문에 경제 상황, 특히 외환, 금융, 자본시장이 상당히 많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더 확장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잘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물가와 관련해선 “유가 인상과 연동돼 물가 불안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합당한 대책을 충분히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여당 원내 지도부와 만찬이 대통령은 추경을 언급하며 “중동 사태에 대비한 추가 대안도 필요하다면 만들어서 국회와 적극 협조하는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조2000억원 규모 2차 추경안을 이날 국회로 이송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유가 안정 등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첫머리발언 이후 두 시간가량 비공개로 이뤄진 회의에선 각 수석실 참모들이 국가안보, 연구개발(R&D) 예산 배분,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사법 제도 개혁 등 현안 11건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R&D 예산은 집행의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연구진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연체된 빚이 많거나 신용불량자인 소상공인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는 과감한 정책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참모진의 기강을 잡았다. 이 대통령은 “국정이라고 하는 것이 하자면 끝이 없고, 안 하자면 아무것도 안 해도 될 것 같은 영역이어서 마음 자세가 정말로 중요하다”며 “여러분 손에 이 나라의 운명이, 또 우리 5200만 국민의 삶이 걸려 있다는 책임감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라”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김병기 원내대표와 문진석·허영 원내수석부대표 등 여당의 신임 원내 지도부와 저녁 식사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지금은 국민의 더 나은 삶과 민생 개선을 위해 입법부·행정부가 협업하고 교감하는 게 매우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외교 데뷔전을 치른 이 대통령은 원내 지도부에 의회 외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고 한다.

최해련/한재영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