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언제 어떤 경우에 하청노조와 교섭해야 하나요?

입력 2025-06-24 16:53


주지하듯이 윤석열 정부 당시 노란봉투법이 국회에서 의결되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입법이 좌절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이후 국회에서는 이미 2025. 5. 12. 박해철 의원 대표 발의로 노란봉투법이 다시 발의되었고, 2025. 6. 23. 이용우, 신장식, 정혜경 의원 등 43인의 발의로 더 강화된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발의되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노란봉투법의 시행은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이에 따라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노란봉투법의 재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다. 더욱이 최근 노동계 출신의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어 정부 차원에서도 노란봉투법 입법이 곧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노란봉투법의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란봉투법의 주된 내용은 ①사용자의 범위 확대 ②노동쟁의의 범위 확대 ③손해배상책임의 제한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중 사용자의 범위 확대의 구체적인 내용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언론에서는 앞으로 사내하청과 단체교섭을 해야된다는 식으로 설명되고 있을뿐, 관련 내용에 대해 정확한 소개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개념은 노란봉투법에 처음 사용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부당노동행위의 지배·개입의 주체로서의 사용자를 판단함에 있어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좀더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근로관계에 관여하고 있는 구체적 형태, 근로관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 내지 지배력의 유무 및 행사의 정도, 해당 지배·개입행위의 내용과 태양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20도11559 판결).

나아가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에서는 위 대법원 판결에 근거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도 동일하게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해당 판결에 대해서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노란봉투법은 위 판결의 내용을 입법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이 위와 같이 입법되는 경우에는 기존 지배·개입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선례로 원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될 수 있을까. 우선 리딩케이스인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사안을 살펴보자. 해당 판결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유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였다.

① 원고 회사는 2003. 8. 26. 사내 하청업체 성원기업 대표 소외 1로 하여금 참가인 조합의 조합원으로 드러난 참가인 4를 사업장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요청하여 근무대기를 하도록 하였고, 같은 달 29. 소외 1에게 참가인 4가 참가인 조합 임원인 사실을 알려준 점

② 원고 회사의 사내 하청업체는 대부분 원고 회사의 업무만 수행하고 있고, 원고 회사는 사내 하청업체에 대한 개별도급계약의 체결 여부 및 물량을 그 계획에 따라 주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다가 그 외에도 도급계약의 해지, 사내 하청업체 등록해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등 사내 하청업체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었던 점

③ 원고 회사가 사내 하청업체에게 소속 근로자가 원고 회사에서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회사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계약해지 등의 경고를 한 점

④ 사내 하청업체들이 경영상 폐업할 별다른 사정이 없음에도 참가인 조합 설립 직후에 참가인 근로자들이 참가인 조합 간부임이 드러나고 근로조건에 대한 협상요구를 받은 즉시 폐업을 결정한 것을 볼 때, 위 사내 하청업체들의 폐업이유는 참가인 조합의 설립 이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고 보이는 점

⑤ 위 사내 하청업체들은 1997년경부터 설립되어 그 폐업시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운영되어 온 회사들로서 전에 노사분규를 경험하여 본 적이 없고, 수십 명의 소속 근로자를 두고 있으며, 위 폐업시기가 본격적인 단체협상을 하기도 전이라는 점에서 위 폐업결정은 사내 하청업체의 독자적인 결정이라고 보이지 않는 점

⑥ 위 영진기업의 경우 폐업결정 직후에 그 부분 사업을 인수할 효정산업이 설립되었고, 실제로 폐업한 위 영진기업 소속 근로자 상당수가 효정산업으로 적을 옮겨 영진기업이 하던 원고 회사 도장5부의 작업을 하고 있으며, 동아산업의 경우 폐업공고 직후 신라 주식회사에서 패널 조립업무에 근무할 근로자를 모집하여 동아산업이 하던 패널 조립작업을 그대로 이어받았고, 원고 회사가 현우기업에 대하여 계약해지를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참가인 조합의 임원이 소속된 성원기업 의장부분이 갑자기 폐지되고 성원기업 의장부분 소속 근로자가 현우기업에 입사하였는데, 영세하고 정보력이 부족한 사내 하청업체들의 독자적인 능력만으로 폐업 및 직원모집, 회사설립 등의 복잡한 업무를 원고 회사의 운영에 아무런 차질이 없도록 위와 같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위의 요소 중 ①, ③, ④가 부당노동행위를 판단하는 근거인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 회사의 사내 하청업체는 대부분 원고 회사의 업무만 수행하고 있고, 원고 회사는 사내 하청업체에 대한 개별도급계약의 체결 여부 및 물량을 그 계획에 따라 주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다가 그 외에도 도급계약의 해지, 사내 하청업체 등록해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등 사내 하청업체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었던 점”(②번 항목)에 더하여, 사실상 사내 하청업체의 폐업 및 설립을 원고 회사가 주도하였던 점(⑤, ⑥번 항목) 등이 원고 회사인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게하는 주된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18두44661 판결에서는 원심이 원청을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서 사용자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대법원은 “원고의 근로자들과 C 근로자들의 업무의 상호 연동성 및 협업관계, 원고가 C 근로자들의 채용이나 작업배치, 작업 환경 및 방식에 미친 영향력 내지 지배력의 내용과 정도,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C가 폐업하고 C 근로자들이 모두 해고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심이 원고가 C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해당 사안에서는 “원청이 하청의 현장대리인들에게 작업지시서 또는 작업계획서를 교부하거나 구두로 계획을 전달하면,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하청의 관리자들이 하청 소속 근로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방법으로 작업지시 및 감독”이 이루어지고, “일부 공정의 작업공간은 원청 근로자들과 하청 근로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나, 업무상으로 구분되며 통상의 경우 별도로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C가 폐업하고 C 근로자들이 모두 해고된 사정”을 고려하여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한 것이다. 물론 현 단계에서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위 판결에 비추어 볼 때 불법파견의 판단 기준보다 사용자로서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다만, 위 판결들은 모두 원청의 계약해지로 인해 하청업체가 폐업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인 사안으로서 하청이 원청에 전속되어 원청이 도급계약을 해지하면 하청업체가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단체교섭의무를 부여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의 1심인 서울행정법원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 판결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사업주가 근로조건인 교섭요구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근로자가 해당 근로조건을 사업주의 의사대로 또는 정해진 대로 복종하여 따를 수밖에 없어 사업주가 해당 근로조건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원고와 집배점의 관계, 집배점 택배기사의 업무가 상시적·필수적인 업무인지, 원고의 사업체계의 일부로 편입됨으로써 근로조건을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원고의 지위가 지속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위 판결이 대법원에서 아직 계속 중에 있어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둘러싼 다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고용노동부에서 행정해석을 마련하겠지만, 노동부의 행정해석은 법원을 구속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서둘러 대법원이 이 쟁점에 대해 일반론적인 기준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