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방산 수입 12개국으로 늘어…올해 수출 200억 달러 넘는다

입력 2025-06-23 16:11
수정 2025-06-23 16:12
‘K방산’이 한국 수출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올해 방위산업 제품 수출 실적이 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방위산업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한국의 방산의 수출 대상국은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 불과했지만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 12개국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수출 품목도 자주포와 훈련기 등에서 방공시스템과 다연장로켓 등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각국에서 국산 무기 구매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며 “폴란드와 K-2 전차 수출 이행계약을 마무리하는 등 미뤄진 계약이 체결되면 연간 방위산업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KAI, 필리핀 FA-50 1조원 수출K방산은 올해 들어서도 순항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더해지는 등 글로벌 안보가 불안해지자 각국이 군비 확충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3일 필리핀 국방부와 7억달러(약 1조원) 규모 국산 경공격기 FA-50PH 12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필리핀 공군이 2014년 FA-50 12대를 도입한 이후 각종 훈련과 실전 경험으로 기체 성능과 신뢰성을 확인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 필리핀 국방장관은 지난 3월 석종건 방사청장을 만나 “FA-50은 필리핀 공군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는 한국 방산 기술을 깊이 신뢰한다”고 말했다. KAI는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기체를 인도하기로 했다. FA-50은 KAI와 록히드마틴이 공동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개발돼, 미국 F-16의 약 80%에 준하는 성능을 가진 합리적인 가격의 전투기로 평가받고 있다. KAI는 FA-50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고, 단좌형 전투기 버전도 개발 중이다.

KAI는 국산 차세대 전투기인 KF-21의 양산에도 돌입했다. KF-21은 시제 6호기까지 안정적으로 시험비행을 진행 중이며 마하 1.8 최고속도 돌파, 공중급유, 공대공 미티어 미사일 유도발사 등 각종 시험을 성공시키며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우리 공군과 초도 물량 양산 계약을 체결했고, 양산 1호기는 개별 생산된 동체와 날개 등을 결합해 최종 조립 단계에 돌입했다. KF-21은 2026년 하반기부터 납품돼 2028년까지 20대가 공군에 인도돼 노후 기종인 F-4와 F-5를 대체할 계획이다. 국방부와 KAI는 KF-21 추가 양산 계약도 추진 중이다. ◇ K-2 폴란드 2차 계약은 ‘사상 최대’한국 방산의 효자 상품인 자주포와 전차 등 기갑 장비도 선전하고 있다.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의 폴란드에 대한 180대 2차 공급계약은 이달 말께 체결될 전망이다. 수출 금액은 60억달러(약 9조원)로 1차의 약 두 배다. 개별 방산수출 가운데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1차와 수출 대수는 동일하지만 현지생산 때문에 비용이 올라가고, 기술이전과 유지·보수·정비(MRO) 비용 등이 추가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180대 중 117대를 직접 생산해 납품하고 나머지 63대는 기술이전 등을 통해 폴란드 현지 생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에선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다연장 로켓 천무 72대(약 2조2000억원)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루마니아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 54문과 K-10 탄약 운반 장갑차 36대를 공급하는 1조4000억원 규모 계약을 작년 7월 체결했다. 베트남과의 K-9 자주포 수출 협상도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방공 미사일 천궁-Ⅱ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중동 3국에 약 12조원어치나 수출됐다. 천궁보다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도 개발해 수출을 추진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천궁과 천궁-Ⅱ는 물론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의 다기능 레이다(MFR) 등을 개발·공급에 참여했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리는 L-SAM-Ⅱ의 개발 사업에도 합류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협력사들도 발 빠르게 K방산 붐에 올라타고 있다. SNT다이내믹스는 지난달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상륙작전용 소형전술차량(LTV) 탑재형 120㎜ 자주박격포체계’와 ‘포열 20㎜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을 선보였다. 이 업체는 2023년 튀르키예 방산업체 BMC에 2억유로(약 3000억원) 규모의 알타이 주력전차(MBT)용 1500마력 자동변속기를 수출했다. 한화에서 독립한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는 최근 체코 브르노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보안기술 박람회(IDET 2025)에 참가해 230㎜급 로켓탄, 신관류, 드론 및 드론탄 등 주요 제품을 소개하며 현지 방산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