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협회는 26년간 ‘대한민국 혁신대상’을 운영하고 있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기업을 포상하고 그 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취지다. 올해는 신기술과 융복합, 제품, 서비스, 경영, 사회적가치/ESG(환경·사회·지배구조)혁신 등 6개 부문에서 탁월한 혁신 성과를 이룬 9개 기업을 선정했다.
과거 공급량이 부족했던 산업사회에서 혁신 활동은 생산 효율성에 초점을 뒀다. 표준화를 기반으로 품질을 높이면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최근 디지털전환 시대에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를 연계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수상한 제품과 서비스, 융복합, 신기술혁신 분야 등의 품목을 살펴보면 신기술을 토대로 여러 분야가 하나의 접점으로 이어져 개개인에게 맞춤형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그간의 혁신 활동은 잘 그려진 지도를 보며 산 정상에 오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동일한 업종에서 검증된 방법론과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만들어 낸 구체적인 혁신 전략을 실천하는 방식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혁신 활동은 나침반을 가지고 사막을 건너는 상황에 더 가깝다. 여러 환경의 변화가 극심한 경우가 많아 시장 전체의 흐름을 살핀 뒤 전 업종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유사성을 찾아내는 게 중요해서다.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는 미국 경제잡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회사의 임원들은 매일 샤워를 하면서 어떻게 경쟁자를 앞서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우리는 매일 아침 샤워를 하면서 소비자를 위해 무엇을 발명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혁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경영혁신과 사회적가치/ESG혁신 분야에서 올해 수상한 기업들의 성과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수상 기업들은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소비자의 채워지지 못한 욕구와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파악했다.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를 재정의한 뒤 그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기제를 구축했다.
경쟁자에게 집중하면 그들이 무언가를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집중하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