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가까운 시일 내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에 근거해 앞으로 2주 안에 (이란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인 21일 공습을 단행했다. 허를 찌른 공격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란이 중동 지역 미군을 공격하는 등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20일 협상 ‘빈손 종료’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한 배경과 공격 시점을 앞당긴 이유와 관련해선 아직 추측이 분분하다. 다만 좌시할 경우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높으며 협상으로 핵 프로그램을 제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독자 공격을 거론하며 재촉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처음부터 2주를 거론한 것은 연막작전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13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이후 이란은 지속적으로 일방적인 항복은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7일 “이란 국민은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투가 시작됐다”고 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이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며 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춰야만 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프랑스·영국 외무장관이 20일 저녁 아락치 장관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이 협상에 회의적이었다. “이란은 유럽이 아니라 미국과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중동특사와 이란 측의 물밑협상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오진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란을 독자 공격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19일 JD 밴스 미국 부통령,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통화에서 ‘2주는 너무 길다’며 더 긴급한 조치를 주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없이도 이란 핵시설 전체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추가 공격 경고…이란 핵무장 가능성도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발표 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열어 “이란의 핵심 핵 농축 시설은 완전히, 완벽하게 파괴됐다”고 했다. 또 “중동의 불량배 이란은 반드시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미래의 공격은 훨씬 크고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직 표적이 많이 남아 있다”며 “대부분은 몇 분 만에 제거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메네이의 은신처 등을 함께 겨냥한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JD 밴스 부통령은 22일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과 전쟁 중이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 중”이라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공격의 성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지연시킨 것을 꼽으며 “앞으로 이를 영구적으로 해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공격 결정으로 이란이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 전쟁이 이대로 끝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공습 후 성명에서 “이란은 이 범죄에 전력으로 저항하고 안보와 국익을 수호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더힐은 “중동 지역에 배치된 4만여 명의 미군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퇴한 전직 장교 세스 크럼리치 글로벌가디언 부대표는 더힐에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쏘면 15분 내에 목표 지점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본격적으로 핵무기 제조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이대로 핵을 포기한다면 성공이겠지만, 지하에서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매우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60기의 핵무기를 보유해 이제는 ‘공격하기엔 너무 강해진’ 북한의 사례를 이란이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내에서 하메네이 정권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도 변수다. 상당수 이란 국민은 현 정권에 부정적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