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하반기엔 어떻게 변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5-06-22 17:33
수정 2025-06-23 01:09
올해 상반기도 다 끝나간다. 흔히 한 해나 반기를 결산할 때 ‘다사다난’이란 용어가 사용되지만 올해 상반기만큼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집약된다. 관세 문제가 세계 경제를 지배한 것은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관세 영향을 보는 시각도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트럼프 진영은 ‘일시적’이라고 강조했지만, 피해국은 1930년대 같은 대공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부과국과 피해국을 동시에 고려하는 세계 3대 예측기관은 전망치를 내놓을 때마다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물가 상승률을 올려 트럼프 진영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가장 최근까지 관세 영향을 반영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경제전망(SEP)을 보면 올해 미국 성장률을 1.4%까지 대폭 내려 잡았다. Fed가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인 1.8%를 0.4%포인트 밑도는 디플레이션 갭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통화정책의 잣대가 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는 임계치 3.0%를 벗어난 3.1%로 올려 잡았다.


스태그플레이션 정도가 깊을수록 최고통수권자와 중앙은행 총재 간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자는 ‘경기 부양’, 후자는 ‘물가 안정’이 1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 폭은 최대 2.50%포인트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뿐만 아니라 SEP에서 근원 PCE 상승률이 작년 12월 2.8%에서 6월에는 3.1%까지 올라갔어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립금리가 PCE 상승률을 따라가는 종전의 패턴대로라면 6월 점도표에서는 최소한 연 4.5%대까지는 올라갔어야 하지만 6개월 동안 연 3.9%에서 변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명료성’(clarity) 때문이다. 시차가 1년 이상 걸리는 기준금리 변경 방식은 통화정책 여건이 명확해질 때까지 한 번 더 점검하는 ‘체크 스윙(checking swing)’이 Fed의 전통이자 관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관세정책은 지금 이 시간에도 변할 수 있는 초불확실한 변수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도 가세하고 있다.

가변적인 통화정책 여건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파월 의장과 Fed 이사는 칼날 위를 타는 무속인으로 비유된다. 해로드-도마 성장 이론에서 비롯된 칼날 위, 즉 황금률(잠재성장률=균형성장률=실제성장률)에서 균형을 잃어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Fed 자체적으로도 ‘에클스의 실수’와 ‘볼커의 실수’를 저지른 경험이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처럼 경기 순환상 진폭이 커지고 ‘순응성’(procyclicality)과 주기가 짧아지는 ‘단축화(shortening)’ 여건에서 지금의 방식을 고수해 나가면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명료성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는 이미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져 ‘울트라 빅컷’을, 물가가 너무 올라 ‘울트라 빅스텝’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통화정책의 생명인 ‘선제성’(preemptive)을 잃는다는 의미다.

지난 5월 열린 토머스 라우바흐 콘퍼런스에서 연방기금금리(FFR) 교체, 경제지표 의존(data dependent) 방식 수정, 평균물가목표제(AIT) 폐지 등 현행 3대 통화정책 프레임워크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8월 열릴 잭슨홀 미팅에서 추가 논의를 거쳐 Fed의 입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프레임워크가 변하면 주 수단도 바뀌어야 한다. 하반기 이후에는 기준금리 변경보다 유동성 조절로 그때그때 변하는 통화정책 여건에 신속하게 대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혹은 계층 간 불균형이 심해지는 여건에서는 통화정책 관할 범위가 일반적·보편적인 수단보다 소상인과 취약계층에 파고들 수 있는 질적·선별적인 수단이 선호될 확률도 높다. 그 어느 중앙은행보다 기준금리 변경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참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