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정지에 그칠 만한 기업도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상처가 곪기 전에 빠른 결단이 필요합니다.”
남광민 법무법인 린 상장자문팀장(공인회계사)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투자 유치를 받고 사업을 회복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영업 지속성이 훼손되면 재무·내부통제·경영 투명성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 만큼 지체 없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상장폐지 심사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린은 지난해 12월 상장자문팀을 공식 출범시켰다. 주된 업무는 기업의 상장 유지로, 상장폐지를 둘러싼 민·형사 소송은 물론 경영권 분쟁과 회생까지 다룬다. 팀에는 기업 전문 변호사를 비롯해 공인회계사, 변리사, 전문위원 등 10여 명이 활동 중이다. 기업 도산 증가로 상장폐지 문의가 급증해 상반기에만 10곳이 넘는 기업을 자문했다.
남 팀장은 “상장 문제도 결국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다”며 “감사의견 ‘적정’을 받고 경영권 양도를 조건으로 유상증자를 기대하던 기업들이 투자 유치에 실패해 상장폐지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 기준 강화로 회계법인이 재감사에 응하지 않아 상장폐지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는 2년 연속 감사의견에서 ‘거절’이나 ‘부적정’을 받은 기업은 예외 없이 즉시 상장폐지된다. 배태현 변호사는 “거래소가 재감사 계약서를 요구하며 재감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어 기업의 대응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감사인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의견 거절 사유를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자본시장 감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장 준비 기업은 물론 기존 상장기업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제도 부장을 지낸 엄세용 전문위원은 “바이오 기업 등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실적 부진에 따라 기술평가가 예전보다 엄격해질 것”이라며 “경영 성과가 유예 기간 내에 가시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 후 상장 신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기업공개(IPO) 방식 외에 법제화 추진 중인 토큰증권(STO) 제도를 통한 자금 조달도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라고 덧붙였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