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 봐도 절대 밟지 마세요"…장마철 발밑 조심 '경고'

입력 2025-06-21 08:49
수정 2025-06-21 08:51
본격적인 장맛비로 도로와 차량이 침수되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싱크홀 등 지반침하 사고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유독 올해 잦은 지반침하 사고 소식을 접했던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일까지 접수된 서울 내 지반침하 사고 발생 신고는 총 21건으로 지난해 1년간 신고 건수(17건)를 이미 넘어섰다. 여기에 여름철 강수량이 늘어 지반이 약해지면 땅 꺼짐 사고가 더 잦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20∼2024년 전국에 지반침하가 총 867건 있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여름철에 발생했다. 월별로 보면 8월(234건), 7월(133건), 6월(110건) 순이다. 서울에선 같은 기간 총 85건의 지반침하가 발생했고 역시 6∼8월(41건)에 집중됐다.

연합뉴스 보도에서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면서 토양 입자나 모래 등이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공간이 생기고, 지하수 수위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지반 지지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명 ‘조화 맨홀’로 불리는 분홍색 맨홀에 대한 안전 우려도 있다.

조화 맨홀은 2000년대 초반부터 철제 맨홀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외관이 깔끔하다는 이유로 전국 곳곳에 설치됐다. 하지만 철이 아닌 콘크리트 소재로 만들어져 쉽게 파손될 수 있고 집중호우 시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표면이 부서져도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워 도로가 침수된 상황에서는 운전자나 보행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장마철에는 조화 맨홀뿐만 아니라 일반 철제 맨홀도 주의가 필요하다. 폭우로 하수가 역류하면서 맨홀 뚜껑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이때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2022년 12월 환경부는 ‘하수도 설계기준’을 개정해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추락방지시설은 하수 역류 시 뚜껑이 열리는 것을 막고, 최대 450㎏ 이상의 하중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설치율은 여전히 낮다.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설치율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추락방지시설 설치가 더딘 이유로는 예산 문제가 거론된다. 지자체 맨홀 유지·보수는 각 지자체 책임인데,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들은 설치가 쉽지 않다. 재정 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시도 사정이 비슷하다. 가정과 사업장으로부터 받는 하수도 사용요금 안에서 예산을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