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르떼 문학상] "심사하고 있다는 걸 잊을 정도로 좋았던 작품"

입력 2025-06-20 17:05
수정 2025-06-21 00:16

제2회 아르떼 문학상에 응모한 작품은 총 503편이었다. 첫 회인 지난해(367편)보다 응모 편수가 늘어나 본심과 최종심에 앞서 예심을 신설해야 했다. 심사는 모두 세 단계로 진행됐는데 먼저 예심에서 161편의 본심 진출작을 선별하고, 다시 본심에서 10편의 최종심 진출작을 선정했다. 최종심에서는 기존 작품과의 유사성 문제로 심사에서 배제된 한 편을 제외한 총 9편을 두고 심사를 했다.

심사위원들은 투표를 통해 당선작의 범위를 세 편으로 좁혔다.

<모두의 아이>는 흡인력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호수의 기적을 바라는 아픈 아이들과 부모들의 이상적 공동체’라는 위장된 유토피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위험한 사건을 서스펜스와 함께 전개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세계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이를 공간적으로 형상화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다만 블록버스터식 작위성에 기댄 결말에는 심사위원 다수가 아쉬움을 나타냈다. 비슷한 주제와 소재를 다룬 해외의 여러 작품이 연상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몰라의 우주>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정상’의 범주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 호출된다. 캣맘, 자폐아, 한부모가정,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아이, 퀴어 청소년…. 소설은 이 모든 ‘비정상성’을 모아 하나의 가족으로 재탄생시키는 매우 윤리적이고 올바른 서사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게다가 문장이 단단하고 매력적인 장면도 여럿 있다. 다만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루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작위적인 지점들이 보였다. 진짜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누군가의 ‘이야기’라기보다 작가가 억지로 이어 붙인 인공적인 ‘작품’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잠든 나의 얼굴을>은 잔잔한 소설이었지만, 이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심사장의 온도는 조금 더 높아졌다. 한 심사위원은 ‘심사하고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좋았던 소설’이라고 평했고, 다른 위원은 ‘읽다가 자꾸 멈춰서 나 자신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했다. 아픔을 간직한 어느 가족의 역사가 화자인 ‘나’를 통해 단정하게 말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소설은, 어쩌면 도파민이 폭발하고 다음 장면을 못 기다리게 만드는 요즘의 콘텐츠 경향과는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줄어가는 문학의 영토 속에서 오늘날 소설이 해야 하고 해낼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탐색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크고 장대한 전투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행동들이며, 작은 규모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의 진실을 알려주는 능력이 실은 무엇보다 귀하다는 것을 이 작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증명한다.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심사위원들은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작품을 더 많은 이가 읽을 수 있게 세상에 내놔야 한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소중한 작품을 보내준 응모자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수상자에게는 가장 따뜻한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소설가 문지혁

◈심사위원 ◎최종심·본심 △김형중 문학평론가(조선대 교수) △문지혁 소설가 △이기호 소설가(광주대 교수) △이서수 소설가 ◎본심 △손원평 소설가 ◎예심 △김의경 소설가 △허남훈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