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물류 손뻗는 현대글로비스…에어인천 인수엔 '신중론'

입력 2025-06-23 17:13
수정 2025-06-23 17:16


현대글로비스가 올 하반기 인천국제공항 내 스마트 물류센터 가동을 시작하면서 항공 물류 사업을 본격화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사업 다각화 전략에 따라 육상·해상에 이어 항공까지 종합 물류회사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국내 유일의 화물 전문 항공사 에어인천을 최종 인수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인천국제공항 제2공항물류단지 내 신설 중인 물류센터의 설비 공사를 다음달부터 시작해 이르면 3분기 내 항공 포워딩(항공화물 운송 주선)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2023년 10월 착공에 들어간 물류센터는 인천공항 제2공항 물류단지 내 지상 5층, 총면적 4만4420㎡(1만3437평) 규모로 이달 말 완공된 후 설비 공사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글로비스의 인천공항 물류센터는 글로벌 전자 상거래(이커머스) 화물을 취급하기 위한 자동화 설비와 자체 통관시설을 보유한 특송장을 갖췄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분투자를 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물류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첨단 물류 로봇도 도입해 글로벌 수준의 자동화 설비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밀기계나 의료기기 등 하이테크 품목 보관을 위한 자동화 창고와 신선 화물 보관이 가능한 콜드체인(냉장·냉동 물류) 창고도 마련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인천공항 물류센터 가동을 계기로 항공 화물 사업을 본격화하게 됐다. 영업개시 후 5년 동안 연평균 약 2만5000t의 신규 항공 화물을 취급한다는 목표다. 현대글로비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오스트리아 빈, 미국 애틀란타, 인도 첸나이 등 공항에서 항공 포워딩 업무를 확대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에어인천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도 항공화물 사업의 시너지효과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25일까지 에어인천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에 총 2006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펀드 주관사는 에어인천의 지분 80.3%를 가진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소시어스다. 현대글로비스는 총출자 금액을 당초 예정됐던 1500억원보다 506억원 늘렸다. 출자 지분은 34.9%에서 45.2%로 커졌다.

현대글로비스는 당장 에어인천을 인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신중론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인수한 에어인천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통합된 에어인천 출범은 8월 1일로 예정돼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6월 인베스트데이에서 2030년까지 9조원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23%는 에어인천 지분 투자를 포함한 신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라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 물류 산업의 변동성이 큰 만큼 시장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에어인천의 사업성을 검토해 볼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글로비스가 에어인천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지분 투자만으로도 항공 물류사업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