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KT&G와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양강의 과점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두 회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90%를 넘나든다. 세계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와 JTI가 추격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KT&G, PMI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모양새다.
19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편의점 포스(POS) 매출 기준 KT&G(제품명 릴)와 PMI(아이코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점유율은 각각 45.2%, 45.8%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91%로 1년 전(89.2%)보다 2%포인트가량 상승했다.
반면 KT&G, PMI와 같은 해인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글로)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BAT는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22년 15%를 넘볼 정도로 상승세를 탔던 BAT 점유율은 작년 하반기 10%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 4월 8%대로 주저앉았다. 제품을 정상가보다 90% 할인 판매하는 등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KT&G, PMI 과점 구도를 흔들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일본, 이탈리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다. 글로벌 담배 회사로선 외면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BAT는 글로 판매가 지지부진하자 2023년 7월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고’를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그마저도 중소 업체들의 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JTI 상황은 더 좋지 않다. JTI가 작년 10월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플룸×어드밴스드’는 반년이 지나도록 점유율이 0.1~0.2%에 그치고 있다. JTI는 2019년 7월에도 궐련형 전자담배 ‘플룸테크’를 선보이며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3년도 안 돼 판매를 접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