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경 "이야기 상상하며 듣는 교향시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입력 2025-06-18 17:21
수정 2025-06-18 23:51

한경arte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일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의 교향시, 가곡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대표 교향시인 ‘돈 후안’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6곡으로 구성됐다.

지휘봉은 여자경 현 대전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잡는다. 말러 가곡의 성악 협연자로는 소프라노 황수미가 함께한다.

한경필의 이번 무대는 스타 협연자 중심의 클래식 공연과 달리 독일 후기 낭만주의라는 시대성과 교향시라는 장르가 지닌 매력에 집중한다. 교향시는 시적·회화적 내용을 음악으로 빚어낸 단악장 형식의 관현악곡이다.

여자경 지휘자는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객 반응이 보장되는 협주곡 대신 오케스트라와 관객이 새로운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며 “교향시는 단지 연주를 듣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상상하며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첫 곡은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후안’. 1889년 초연 이후 슈트라우스를 독일 낭만주의 음악계 중심으로 끌어올린 성공작이다. 여 지휘자는 “돈 후안은 방탕한 인물을 넘어 이상적인 사랑을 찾아 방랑하는 이상주의자”라며 “슈트라우스는 그를 고독하고도 고집스러운 인물로 그려냈다”고 말했다. 단일 악장이지만 내면의 긴장과 갈망, 좌절이 응축된 극적 서사로 구성돼 있다.

‘장미의 기사’ 모음곡은 슈트라우스가 1911년 발표한 동명의 오페라를 바탕으로 한 오케스트라 편곡이다. 이 곡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시대의 낭만적 궁정 문화를 배경으로 하며, 우아한 왈츠 선율이 특징이다. 여 지휘자는 “현대적인 빈이 아니라 백마가 거리를 지나고 왈츠가 흐르던 고전적인 빈을 떠올리면 좋겠다”고 했다.

오페라 전막의 줄거리를 알고 들으면 재미가 배가된다. 귀족 부인인 마샬린은 젊은 귀족 옥타비안과 은밀한 관계. 옥타비안은 결혼 전 ‘함진아비’ 격인 ‘장미의 기사’가 되고, 은장미를 전하는 사절로 갔다가 신부 소피와 사랑에 빠진다. 혼란 끝에 마샬린은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하고 이별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다.

악기 하나하나가 인물의 감정을 상징한다. 서주의 활기찬 호른 선율은 옥타비안의 기세를 표현한다. 옥타비안과 소피를 이어주는 ‘은장미’는 반짝이는 음색의 첼레스타가 표현한다. 첼레스타는 맑은 오르골 소리와 비슷한 건반악기. 차이콥스키가 ‘호두까기 인형’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첼레스타 외에도 하프, 플루트 등이 반짝이는 은장미를 상징한다.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6곡도 들을 수 있다. 이 작품은 19세기 독일 민속시집에서 가사를 가져왔다. 일상과 신화를 넘나드는 상상력과 유머, 슬픔, 풍자를 말러 특유의 방식으로 버무렸다. 말러는 이 시리즈를 1887년부터 약 13년에 걸쳐 작곡했으며, 이후 자신의 교향곡에도 주요 선율을 반영했다. ‘태초의 빛’은 교향곡 제2번 4악장, ‘성 안토니우스의 물고기 설교’는 교향곡 제2번 3악장, ‘천상의 삶’은 교향곡 제4번의 피날레로 편입됐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