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설계되는 수익, 부동산 투자에 묻는 새로운 질문 [마스턴의 시선]

입력 2025-06-18 10:17
이 기사는 06월 18일 10: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해외 부동산 투자를 논의할 때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어느 지역, 어떤 섹터가 유망한가?”이다. 전통적인 판단 기준은 입지, 수익률, 공실률 같은 정량적 지표에 기반해 왔다. 그러나 실제 투자 현장에서는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일부 글로벌 사례는 기술 기반의 기획 역량과 이를 뒷받침하는 파트너십이 일정 수준의 성과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 주거 자산을 둘러싼 전략에서도, 단순히 수요 증가나 입지의 희소성만으로는 상품성이나 경쟁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성공적인 사례에서는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 구성, 서비스 설계, 운영 전략을 사전에 구조화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운용사 그레이스타(Greystar)는 주거 자산 운용에 있어 AI 기반 유지 관리 시스템, 에너지 절감 기술, 마케팅 자동화 도구 등을 도입해 운영 효율성과 고객 경험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내부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의사결정 체계를 정량화하고, 다양한 시장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는 중이다.

데이터와 기술을 상품 전략에 적극 활용하는 접근은 다양한 산업에서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마존은 AI 기반 추천 엔진과 재고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개인화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약 35%를 차지할 정도로 상업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멘스는 제조 현장에 AI 기반 예지 보전 기술을 적용해 돌발 정비를 50% 이상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개선했고, 코카콜라는 소셜미디어 분석을 통해 광고 타깃팅의 정밀도를 높이며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기술 컨설팅 기업 캡제미니(Capgemini)도 AI 기반 시스템을 통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잠재 고객을 선별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영업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 행동을 분석하고, 수요를 구조화하며, 전략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사례는 업종과 규모를 막론하고 확산되는 추세다. 부동산 분야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인도 기반의 하우스이지(HouseEazy)는 AI 기반의 주택 가격 예측 시스템을 상용화하며 가격 책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술 기반 부동산 운용에 대한 시도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부 프롭테크 기업은 AI를 활용한 가격 예측, 임대 관리 자동화 등을 실험적으로 도입 중이며, 금융기관들은 생성형 AI 기반의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 등을 통해 부동산 연계 금융 거래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 대형 상업용 자산에 기술이 본격 내재화된 사례는 많지 않지만, 전략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커지고 있는 흐름이다.

물론 기술의 도입이 항상 기대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질로우(Zillow)는 자동화된 주택 가격 산정 모델을 기반으로 주택 매입·재판매 사업(iBuying)을 운영했으나, 시장 예측의 한계로 인해 수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기술 자체보다 이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의 정교함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파트너를 평가할 때는 단기 실적이나 과거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해당 조직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구조화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반의 사고방식과 전략적 유연성은 앞으로 투자 판단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늘날의 부동산은 더 이상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다. 시장의 흐름, 기술 변화, 사용자 니즈를 고려해 기획된 결과물이자, 다양한 역량이 통합된 복합적인 자산이다. 이러한 자산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선 또한 더욱 정교해져야 할 시점에 와 있다.